미국만 남았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위한 마지막 과제는?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과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 능선에 올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전체 14개국 가운데 EU, 미국을 제외한 12개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이르면 이 달 초 양사 합병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 놓게 됐다.
지난 달 3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다만 대한항공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먼저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으로 대표되는 노선 양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적었던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에 7개의 노선을 양도하라고 요구한 만큼 미국도 여러 요건을 내세워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노선에서 시장점유율이 증가,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일본 여객노선 12개 중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5개 노선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국적 저비용 항공사를 비롯해 진입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위해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한다는 방침을 당국에 전달해야 했다.
일본 경쟁당국의 요청과 같이 주요 노선의 슬롯을 또 다시 양도해야 할 경우,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전 세계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 번 슬롯을 잃게 될 경우 다시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여럽기 때문. 이를 경쟁 항공사가 가져가게 될 경우 그 손실은 결국 국가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의 까다로운 법 문제도 숙제다.
앞서 미국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법원은 자국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와 경쟁사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에서도 이를 저지하는 판결 내렸다.
두 항공사 합병에 따라 항공산업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 물론 미국과 한국의 항공산업 구조와 여건이 다르지만, 미국 정부와 법원의 행보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숙제도 남아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협업해 온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설득해야 할 과제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대한항공과 합병하며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공동운항하던 노선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 결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EU,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동북아 허브 공항 지위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이렇듯 첨예한 사안이 걸려 있는 일본 경쟁당국에서조차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번 일본의 승인이 남아 있는 미국과 EU의 승인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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