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정치 끝내러 왔다" 서미화, '이준석' 콕 찍었다
“혐오정치 끝내러 왔다” 서미화, ‘이준석’ 콕 찍었다
두 번.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인터뷰 중 기자와 눈을 마주친 순간이다. 중학생 시절.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현재 빛과 어둠만 구분할 수 있다. 4월 30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와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시선은 대체로 기자의 앉은 자리 너머 어딘가를 향했다. 그런데 딱 두 번 기자와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다. 학창시절 겪은 억울함을 토로했을 때, 그리고 “혐오정치를 끝내기 위해 국회로 왔다”는 포부를 밝힌 때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왜 나만 이런지, 학교는 왜 이렇게 밖에 해주지 못하는지 억울했어요. 눈물의 ‘ㄴ’자만 들어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인권운동은 차별에 저항하는 힘이었고, 그 힘은 차별받은 경험에서 나오더라고요.”
장애인에 대해서라면 “온 천지가 다 차별이었다”던 서 당선인은 인권운동가이자 목포시의원으로서 성폭행 및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장애인들을 도와왔다. 2020년엔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22대 총선에서는 범야권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추천 인사로 비례 1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서 당선인의 의정활동 방향은 자연히 그가 걸어온 길을 기반으로 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장애인 이동권’이었다. “이동을 해야 교육도 받고 취업도 할 것 아니냐”는 게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다. 자신의 1호 법안 역시 “장애인 콜택시 사업을 국비 매칭 사업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혐오정치를 끝내러 왔습니다.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은 시민들의 혐오를 정당화시켜 혐오 정치가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거든요.”
또 다른 문제의식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정치권의 ‘혐오 발언’이었다. 서 당선인은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혐오를 강화시킨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을 날선 말로 비난하면서 “(장애인 혐오로) 정권이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유치장에 가두는 일이 더 일상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당선인은 마지막으로 “장애인에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보통의 시민처럼 지역사회에서 분리시키지 말고 시설로 보내지 말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에게 도움이 아니라 권리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 당선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기초의원 활동 4년 후 현장 복귀한 그가 다시 정치 택한 까닭
–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운동에 매진해왔는데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있나?
“지역에서 성폭력피해를 입은 발달장애인들을 지원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해왔다. 실은 온 천지가 (장애인에게) 다 차별이라 할 일이 많았다. 이리 뒤고 저리 뛰면서 필요한 법안 발의를 요구했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차라리 우리가 후보를 내자’고 결정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 돼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그렇게 목포시의원이 된 4년 동안 밤 12시에 퇴근한 적이 없다. 낮에는 행사를 다녀야 하니 자료를 볼 시간은 밤뿐이었다. (4년 뒤엔) 더 못하겠더라. 다시 돌아가서 인권운동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 그런데 다시 정치로 돌아왔다. 이번엔 ‘국회의원’이다. 이유가 있을까.
“지난 2년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가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고 혐오 정치를 더 양산했다. 물론 혐오 정치는 옛날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강화시킨 사람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그는 국민의힘 전 대표 시절 장애인들의 이동권 시위를 가리켜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비난했다.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은 시민들의 혐오를 정당화시켜 혐오 정치가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한다. 그러니 총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정권은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유치장에 가둔다. 그게 더 일상화됐다. 무책임한 정치 현실을 보면서 혐오정치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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