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 치밀어” “시장 사퇴해” 부산KCC 우승에 뿔난 전주시민들
“‘부산’ KCC 축하합니다.”
지난 5일 2023-2024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부산KCC가 수원KT를 누르고 우승하자 전주시 자유게시판에는 한 시민이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시민은 “전주같이 50년 된 체육관에서 지금까지 연습한 저희 KCC 선수들이 불쌍하더라고요. 부산에서 모셔가길 잘한 듯 싶습니다”라고 썼다.
‘전주시장은 사퇴해라’라는 글도 있다. 글 작성자는 “오늘 KCC가 우승했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좋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열이 받는군요. 한때 전북의 유일한 프로 농구단인 KCC이지스를 부산으로 보낸 우범기 시장은 시장직에서 내려오십시오”라고 적었다.
KCC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5위에 올랐지만 최종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사상 첫 5위팀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프로 스포츠팀이 4개나 있는 부산이지만 연고팀 우승은 1997년 프로축구 부산 대우로열즈와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마지막이다.
그러자 전(前) 연고지인 전주시민들이 뿔이 났다. KCC의 우승을 축하한다면서도 전주시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는 글이 전주시민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는 시청 사이트 게시판에 속속 올라왔다.
KCC는 작년까지 전주를 연고지로 삼았다. 대전을 연고로 두다 2001년부터 전주로 터를 옮겼다. 이후 KCC는 세 차례 챔피언 결정전 우승, 두 차례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민, 서장훈, 추승균 등 KBL 대표 스타들이 거쳐 갔다.
전주 입성 당시 KCC에게 주어진 홈구장은 전북대 부지 내에 자리한 전주실내체육관이었다. 1973년 준공됐는데 당시에는 전북을 넘어 전국 최대 규모 실내 체육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 열악한 선수 대기실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전주시는 KCC에 2023년 12월까지 새 체육관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KCC는 마음을 돌려 잔류를 결정했다. 전주시는 총사업비 522억원이 드는 신축 경기장을 추진했다. 2021년 착공해 2023년 1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주시는 지난해 7월 새로 들어설 체육관 부지에 프로야구 2군 경기장(KT)을 짓겠다고 했다. 현 KCC 홈구장인 전주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지닌 전북대마저 “2025년까지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 KCC는 연고지 이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전주시는 “졸속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했다”며 반발했다.
연고지 이전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부터 새로운 ‘부산 농구팀’이 우승한 지금까지, 전주시민 여론은 떠난 KCC보다 전주시의 잘못을 더 책잡는 분위기다. 한 전주시민은 “부산 KCC 우승, 축하하면서도 정말 부아가 치밀어 오르네요”라며 “그나마 몇 개 남아있지도 않은 지역의 자산을 지켜내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나”라고 썼다.
우범기 전주시장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전주시민 조모씨는 “KCC는 이번시즌이 우승을 할 기회였고 전주시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기회였다”며 “우범기 시장은 전주시를 떠나서 부산에서 명예시민으로 살아라”라고 썼고, 또다른 한 시민은 “안그래도 인구도 줄고 다 서울경기 심지어 충청권으로 떠나는마당에 이런 엄청난 마케팅요소마저 없애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