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3월 천하’ 한화의 끝 모를 추락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3월 천하’ 한화의 끝 모를 추락
프로야구 한화 선수단이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1-7로 패배한 후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수원=뉴스1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올 시즌 개막 직후 ‘반짝 1위’를 달렸던 한화가 예년의 부진함을 재현하며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한화는 4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2-10으로 대패하며 9위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8승 2패로 승승장구하며 선두를 지켰지만, 지난달 4일 이후 정확히 30일만에 8계단이나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
제 아무리 순위에 해탈한 한화팬들이라도 올 시즌만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시즌 전 한화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복귀,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과의 대형 계약(4+2년 72억 원) 등으로 이슈를 몰고 다녔다. 여기에 지난 시즌 신인왕(문동주)과 홈런왕(노시환)을 동시에 배출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5강’ ‘가을야구’등의 구체적인 목표가 언급되기도 했다.
실제로 3월 한 달간은 투타 모두 순조로웠다. 야구 통계 전문사이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류현진·펠릭스 페냐·김민우·리카르도 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2.57로 리그 2위를 달렸고, 류현진을 제외한 모든 선발투수들이 승리를 기록했다. 담 증세를 보였던 김민우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던 황준서마저도 1승 평균자책점 1.80으로 호투했다. 타선은 요나단 페라자(0.517) 문현빈(3.46) 채은성(3.10) 등이 맹타를 휘두른 결과 팀 타율 0.291로 리그 2위를 마크했다.
그러나 지난달 한화는 6승을 거두는 동안 무려 17패를 하며 승률(0.261) 꼴찌를 기록했다. 선발진의 붕괴가 뼈아팠다. 류현진이 2승을 거두긴 했지만, 평균자책점 5.72로 기대에 못 미쳤다. 페냐도 1승 3패 평균자책점 6.35로 부진했고, 문동주는 평균자책점 9.97로 무너지며 1군에서 말소됐다. 설상가상 김민우는 지난달 13일 KIA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공 4개만을 던진 후 팔꿈치 통증을 느껴 자진강판했고, 이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을 택하며 시즌아웃 됐다. 황준서도 지난달 26일 두산전에서 3.2이닝 6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하며 4월 평균자책점 7.27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구원진에게 큰 기대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다. 4월부터 지난 4일까지 한승혁은 4패 평균자책점 9.90으로 무너졌고, 박상원(8.10)과 김범수(7.27)도 부진했다. 3월 뜨거웠던 방망이도 완전히 식었다. 4월 이후 현재까지 한화의 팀 타율은 0.241로 리그 꼴찌다. 같은 기간 페라자의 타율은 0.252를 기록했고, 중심타선인 안치홍(0.260)과 노시환(0.264)의 타격감도 좋지 않다. 심지어 문현빈(0.197)과 채은성(0.167)은 1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5일 어린이날 내린 봄비로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일 정도다.
한화는 2020년부터 3시즌 연속 리그 꼴찌, 지난 시즌 9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채은성은 “5강에 못 들면 고참들이 12월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개막 후 극과 극의 시간을 보낸 한화가 ‘가을야구’와 ‘겨울바다’의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