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1월 북한의 러시아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는 한반도에서 수천㎞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 낙하한 미사일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우크라이나군 폭발물제거요원이 지난 1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일대에 낙하한 북한 미사일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서방 부품으로 채워져 있어서 대북 제재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미사일에 쓰인 부품 중 일부가 짝퉁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공급망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과 더불어 미사일 성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낮은 신뢰성, 짝퉁 서방 부품 때문인가

 

2022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무기와 탄약 부족에 직면한 러시아는 전선에서 수세에 몰렸다. 이때 북한이 결정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은 포탄과 로켓탄, 탄도미사일 등을 러시아로 대량으로 보내고 석유를 받고 있다.

 

북한 나진·청진항,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은 북한 무기를 실은 러시아 화물선과 러시아산 석유를 채운 북한 유조선의 입·출항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국제사회에서 위성사진을 계속 공개하며 비판을 했지만, 북·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지난 1월에 극적인 형태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미사일 공습이 발생했는데, 미사일 잔해에서 한글이 적힌 부품이 발견됐다. 영국 싱크탱크 분쟁무기연구소(CAR)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은 이 미사일을 북한 KN-23으로 평가했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우크라이나군 폭발물제거요원이 지난 1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일대에 낙하한 북한 미사일 잔해에서 위험물질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사일 잔해에서 수거한 부품 290개를 CAR이 분석했더니 부품 중 75%가 미국산이었다. 중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스위스, 타이완 회사가 만든 부품도 있었다.

 

2006년부터 지속됐던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 이름과 식별 번호 등이 있던 부품을 확인한 결과 모방품으로 드러났다. CAR도 유럽에 거점을 두는 여러 업체의 모방품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짜 부품으로 만든 북한 미사일이 러시아에 넘어간 셈이다.

 

복사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복사본은 원본보다 좋지 않다. 정품 대신 복제품으로 조립한 무기체계도 마찬가지로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특히 수십㎞ 상공을 비행하며 고압·고열에 직면하는 탄도미사일은 사소한 문제로도 추락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KN-23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KN-23 공격을 받았던 하르키우를 관할하는 올렉산드르 필차코프 하르키우주 검사장은 KN-23을 조악한 유도시스템을 가진 사거리 700㎞의 매우 저급한 미사일로 평가하면서 비행 중 폭발한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무기도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말 북한산 포탄의 품질이 좋지 않아 러시아군 포신 내부에서 탄약이 폭발했다는 보고가 잇따라 접수됐다고 전했다.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GUR) 부국장은 지난 3월 “북한이 러시아에 전달한 포탄 중 절반이 불량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조악한 무기를 받고 질 좋은 러시아산 석유를 준 셈이다.

 

언뜻 보면 북한에 이익이지만, 군수산업의 품질 및 공급망 관리에서 큰 허점이 있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악재다. 자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과 향후 무기 수출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방문해서 생산공정을 현지지도하며 간부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재·회색시장·체제 한계 등이 원인

 

북한 미사일에서 가짜 부품이 등장한 것은 △대북제재 △회색시장(Gray Market) △체제 한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자력갱생 노선을 외치는 북한이지만, 부품과 장비의 100% 자체 제작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제재로 미사일 등의 첨단무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공식 경로로 반입할 수 없다.

 

남은 것은 제조사들이 의도하지 않은 회색시장이다. 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있는 회색시장은 생산업체 공식 유통채널 밖에서 물건이 암암리에 매매되는 통로다.

 

브로커가 제조사에 초과 주문을 넣은 뒤 잉여 물량을 빼돌리거나 폐기 처리된 부품을 재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선 폐차된 차량에서 중고 반도체를 재활용하기도 한다. 합법적인 중개상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제작사와의 계약을 어기고 회색시장에 물건을 파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흘러나온 물건들이 북한의 표적이 된다. 북한은 암거래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 냉전 시절 군수담당 정보기관원으로 오스트리아 등에서 물자를 사들였던 김종률씨는 2010년 자서전 ‘독재자에게 봉사하며’에서 밀거래 방식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현금이 가득 든 서류 가방을 들고 유럽을 누비던 김씨는 30%의 현금 프리미엄을 주면서 물건이 어디로 가는지는 관심 없는 소규모 기업들과 주로 거래했다. 구입한 물건은 허위 선적 서류와 함께 이미 매수된 세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북한으로 넘어갔다.

 

당시 오스트리아 무역상들은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김씨에게 가짜 선적서류를 만들어주거나 금수법을 우회하도록 도와줬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부품과 장비를 구할 수는 있지만, 품질을 장담할 수는 없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일대에서 지난 1월 2일(현지시간) 발견된 북한 미사일 잔해. 로이터연합뉴스

법적으로 승인받지 않은 에이전트가 취급하는 물건은 유통경로 추적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정보가 은폐되어 있다. 눈앞의 물건이 신규 생산 정품인지 복제품인지 중고품인지도 검증하기가 어렵다.

 

러시아나 북한처럼 고강도 제재에 직면한 국가는 이같은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회색시장에서 비싸게 매입한 부품과 장비가 불량품이라도 대체제 확보가 쉽지 않다. 서방 국가 정부에서 제재 위반행위를 정기적으로 적발해 체포, 기소, 제재하기 때문에 많은 중개상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회색시장 브로커들이 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불량품을 북한이나 러시아에 떠넘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2022년 개전 이후 그해 말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반도체 칩의 40%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가 있기 직전엔 불량률이 2%였다.

 

차량 부품과 가전제품, 무기에 들어가는 저가 반도체부터 첨단가전과 IT 하드웨어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까지 수요가 증가했지만, TSMC 등의 기업은 제재로 러시아 공식 수출이 불가능하다.

 

결국 러시아는 회색시장에서 반도체를 구할 수밖에 없었고, 대체품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간파한 브로커들이 러시아에 불량품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영국의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가 최근 공개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미사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을 분석한 결과 북한제 무기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인 한글 표기를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의 잔해에서 발견된 한글 ‘ㅈ’ 표기.

회색시장을 이용해 공작을 펼치는 사례도 있다. 2007년 이란은 동유럽 기업들로부터 원심분리기 배관 단열재를 몰래 샀다. 제재로 공식 경로로 구입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란은 단열재를 설치한 직후에야 이것이 불량품이란 것을 알았다.

 

단열재를 판매한 기업들은 러시아와 이란 망명자들이 세운 업체였는데, 비밀리에 서방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거나, 심지어 정보기관이 설립한 위장 기업이었다.

 

이란과 리비아의 핵개발을 폭로했던 스위스의 공학자 가문인 티너 가문은 이란에 결함이 있는 전기공급장치를 팔았다. 이 때문에 나탄즈 핵시설 원심분리기 50대가 파괴됐다. 티너 가문은 리비아와 이란 핵개발을 폭로하고 미 CIA로부터 1000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 북한 미사일에 가짜 부품이 들어있었던 것이 서방 정보기관 공작의 산물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직된 북한 체제도 가짜 부품을 만든 불량 무기를 양산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북한은 철저한 중앙집권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노동당 중앙당에서 지시를 내리면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해야 한다.

“피와 기름을 맞바꿨다”… 러시아서 연료 얻은 北, 짝퉁 미사일 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방문해서 생산공정을 현지지도하며 간부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평양의 살림집 건설 등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 시기를 정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성한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건물을 짓지만, 내부에는 결함이 속출한다.

 

무기도 마찬가지다. 노동당 중앙당에서 군수공장에 완성 시기와 제작 물량을 지정하고 무조건 완수하라고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관철해야 한다. 품질을 유지하느라 생산이 늦어지는 것보다는 물량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무역일꾼들은 본국에 운송할 시기에 쫓겨 부품의 질은 덜 신경쓸 수밖에 없다.

 

군수공장에선 부품이나 장비가 불량품이라는 것을 알고도 모른척하거나 체계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그냥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의 지시를 관철하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방사포 검수사격 등을 진행하면서 무기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도 국제사회의 여론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한의 ‘허점’이 공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군수산업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등의 대책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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