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부럽지 않은 ‘가성비’ 아파트...신축보다 더 빛나는 5~10년 차 준신축

# 직장인 정 모 씨(37)는 최근 서울 강북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고 준신축 아파트 매물을 물색하는 중이다. 매번 치열한 청약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첨된 탓도 있지만 요즘 분양하는 새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서다. 2022년 말 처음 청약을 신청했던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7억6000만~8억원(3.3㎡당 283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로 인근에서 곧 분양할 다른 단지 가격은 3.3㎡당 3500만원대에도 책정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용 59㎡ 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씨는 “서울 새 아파트가 좋기는 해도 분양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가능성도 낮은 청약에 매달리기보단 지은 지 5년 정도 된 기존 아파트를 알아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 매수세가 준공 5~10년의 ‘준신축’ 아파트로 향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준신축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아파트값도 조정기를 마치고 덩달아 상승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지막 주 수도권의 5년 초과 10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 가격 변동률은 0.03%를 기록했다. 모든 아파트 중 가장 높다. 직전 주에도 0.03%, 그 전주는 0.06%씩 올라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준신축 선호도가 더 높은 상황이다. 서울의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의 경우 매매 가격 변동률이 4월 1일부터 다섯 주 동안 0.06%, 0.05%, 0.06%, 0.07%, 0.08%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에서 준공 20년을 초과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매주 0.01~0.02%에서 횡보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도권에서도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매주 하락하고 있다.

청약 부럽지 않은 ‘가성비’ 아파트...신축보다 더 빛나는 5~10년 차 준신축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는 2016년 입주해 준신축 아파트에 속한다. 신축 아파트는 아니지만 단지 규모가 크고, 왕십리뉴타운아파트 가운데 상왕십리역과 연결되는 2호선 초역세권 단지로 주거 선호도가 높다. (윤관식 기자)

청약 부럽지 않은 ‘가성비’ 아파트...신축보다 더 빛나는 5~10년 차 준신축

준신축, 왜 인기일까

신축 프리미엄 빠진 ‘가성비 갑’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은 신축 → 준신축 → 구축 순으로 오른다. 비슷한 입지 조건이라면 누구나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겠지만 신축 아파트를 마련하자면 당첨 가능성 희박한 청약의 문을 뚫거나, 이미 집값에 높은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청약의 매력이 다소 반감됐고, 기존 신축 아파트에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높은 웃돈이 붙어 있다 보니 ‘신축 프리미엄’이 적당히 빠진 준신축으로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94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달(3.3㎡당 3062만원) 대비 23.67% 오른 수준이다. 이른바 ‘국민 평형(국평)’으로 불리는 전용 84㎡(옛 34평)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12억8996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새 아파트 분양에 나선 서울 정비사업장을 들여다보면 분양가가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조합원·일반분양가 변동 내역(추정치)을 공개했다. 기존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대였지만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 2800만원이 됐다. 약 22% 상승했다. 일반분양가는 3000만원대에서 4250만원으로 42%가량 뛰었다. 기존 계산대로라면 전용 84㎡ 일반분양가가 10억2479만~10억3867만원에 책정됐겠지만, 이번에 14억8027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재건축 아파트도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테크’ 열풍을 불러올 정도로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은 신축 아파트를 마련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통했다. 그러나 ‘둔촌주공’ 사태처럼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중간에 사업이 멈춰 서거나,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공사비에 대한 이견으로 알짜 사업장임에도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일도 있는 등 관련 이슈가 많아지면서 재건축 아파트에서 살려는 사람이 많이 적어졌다는 진단이다.

실제 올 1분기에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한 정비사업 현장은 23곳인데 이 중 경쟁 수주를 한 곳은 3곳뿐이었다. 정부가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의 통계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주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인건비, 자재비, 땅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분양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신축 아파트 분양 가격이 주변 기축 아파트보다 비싸지면서 내집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5년 안팎 준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센터랩장은 “통계를 살펴보면 신축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신축 못지않게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고, 리모델링만 해 주거 만족도를 올릴 수 있는 준신축이 오히려 각광받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청약 부럽지 않은 ‘가성비’ 아파트...신축보다 더 빛나는 5~10년 차 준신축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은 이제 막 입주 만 7년을 채운 준신축 단지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을 단지 옆에 끼고 있어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매경DB)

준신축 거래 살펴보니

입지만 좋으면 신축보다 인기

실제 거래 사례에서도 준신축 아파트 몸값이 신축 못지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입주한 지 만 7년을 채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1722가구)’ 전용 84㎡는 지난 4월 19일 14억1000만원(11층)에 실거래됐다. 그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같은 평형 아파트가 14억8000만원(27층), 15억원(19층)에 팔리기도 했다. 17억원 후반대에도 사고팔렸던 호황기(2021년)와 비교하면 고점 회복까지 갈 길이 멀지만,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봄에는 12억~13억원대까지도 가격이 떨어졌던 아파트다. 최근 준신축 아파트가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몸값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반면 2021년 입주해 아직 신축 아파트에 속하는 ‘신길센트럴자이(1008가구)’ 전용 84㎡는 최근 14억2000만원에 매물이 여럿 나와 있지만 아직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12억7000만원(26층)에 매매된 이후 거래 없이 잠잠하다. 신길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길센트럴자이가 더 최근에 지어지기는 했지만, 래미안에스티움과 비슷한 가격에 호가가 형성돼 있고 지하철역에서 더 가까운 래미안에스티움 선호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2529가구)’ 전용 84㎡는 지난 3월 말 18억원(18층)에 거래된 데 이어 4월에도 17억원(15층)에 계약서를 썼다. 이 아파트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15억7500만원까지 떨어졌던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최근 층·향·동에 따라 16억5000만~18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성북구 길음동에서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2352가구)’ 전용 84㎡가 올 초 14억5800만원(23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바로 옆 이웃 단지인 ‘롯데캐슬클라시아(2029가구, 2022년 1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 3월 13억70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두 아파트 규모가 비슷하고, 연식으로 치면 래미안길음센터피스가 조금 더 오래된 아파트지만 입지 좋은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시세가 앞서는 모습이다. 길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보다 경기 위축이나 수요 감소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는 고덕지구 아파트를 비교해볼 만하다. 올해로 입주 6년 차를 맞은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 4월 13억4800만원(18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 2월 11억7000만원(4층)에도 팔렸던 아파트 가격이 2개월여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올해로 입주 5년 차를 맞은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전용 84㎡의 경우 올 초 시세가 11억원(10층)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14억~15억원까지 회복했다. 지난 5월 5일 전용 84㎡가 15억4500만원(8층)에 사고팔렸다.

고덕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3억원 안팎에 일반분양됐던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입주권이 최근 20억~21억원에 사고팔리기 시작하자 입주가 마무리된 고덕지구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은 아파트로 주목받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성북구 장위동도 준신축 아파트 인기가 나쁘지 않은 대표 지역 중 하나다.

2019년 입주한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1562가구)’에선 전용 84㎡가 9억7800만원에서 10억원 사이에 실거래되고 있다. 아직 입주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보다는 시세가 1억원 이상 낮은 모습이지만 두 단지는 서로 맞붙어 있어 입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위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세하게나마 꿈의숲아이파크가 지하철역과 더 가깝고 연식도 얼마 안 돼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다”면서도 “그렇다고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입지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우이천, 북서울꿈의숲이 가까워 거래가 제법 활발히 이뤄지는 단지”라고 소개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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