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친구’ 주중대사, 막말 확인됐지만 징계 안 받는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공관장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국대사에 대한 감사를 한 외교부는 정 대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파악했지만 징계할 사안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7일 외교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는 정 대사가 대사관의 주재관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과정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 치면 된다”는 등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징계 등 신분상의 조치가 이뤄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대사관 직원 인화 유지를 위한 장관 명의의 구두 주의 조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두 주의 조치는 인사상 기록으로 남는 징계가 아니다.
주중대사관에 근무 중인 주재관인 제보자는 지난 3월7일 정 대사에게 폭언 등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외교부 본부에 제출했고, 외교부는 4월15일부터 베이징 현지에 감사팀을 보내 열흘에 걸쳐 사실 관계 등을 조사했다.
제보자는 정 대사에 대해 6개 내용의 제보를 했는데, 외교부는 주재관 교육 과정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불문 종결’하기로 했다.
외교부 감사 결과, 전자우편으로 보고를 하겠다고 고집하는 제보자에게 정 대사가 대면 보고를 요구하다가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외교부는 이 과정에서 나온 정 대사의 발언을 ‘협박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보자가 대사관 국경일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부스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고발한 것도, 정당한 거래관계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정재호 대사는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기동창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정책 자문을 했고, 2022년 6월 주중대사에 내정되어 8월부터 주중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부임 뒤 특파원, 주재관들과 계속 갈등이 빚어졌고, 중국 외교관들과의 소통에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중관계 악화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이번 ‘갑질 논란’이 제기된 뒤에도 ‘대통령의 친구’인 정 대사를 엄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 대사가 ‘구두 주의’라는 면피성 조치로 자리를 지키게 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0·29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순직 사건에서 드러났듯 윤석열 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고위급에게 결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도 윤 대통령이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기동창은 어떤 범죄 혐의나 흠결이 드러나도 징계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묵묵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공분을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