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 현인’의 경고… “AI, 핵무기급 힘 두렵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인공지능(AI)의 파급력을 핵무기에 비유했다. 버핏 회장은 “당분간 현금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며 전 세계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AI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AI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존재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할 때 ‘지니를 램프에서 꺼냈다’고 말하는데 그 지니가 요즘 끔찍한 짓을 하고 있고 그 지니의 힘이 나를 겁나게 한다. AI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램프에서 꺼낸 요정에 비유한 뒤 AI도 핵무기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한 것이다.

특히, 사기 수단으로서 AI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경계했다. 버핏 회장은 최근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봤다면서 “난 아마 어느 이상한 나라에 있는 나 자신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인조차 이미지의 진위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AI 기술이 정교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다.

버크셔는 이날 공시한 실적자료에서 지난 1분기 말 기준 역대 최고치인 1890억달러(약 25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이 금액이 2분기 말 2000억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큰돈을 벌게 해 주면서도 위험은 매우 작은 일을 하는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답했다. 국제분쟁 증가 등으로 심상치 않은 국제 경제 상황 속 현금 보유를 늘리며 최대한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버크셔가 2분기 연속 다량의 애플 주식을 처분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버크셔는 올해 1분기에 들고 있던 애플 주식의 약 13%를 매도해 지난 3월 말 기준 1354억달러(약 184조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크셔는 지난 4분기에도 애플 주식 약 1000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은 “애플 지분 축소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애플은 버크셔의 최대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은 올해 93세로 주총에서 승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신이 2021년 후계자로 지명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과 나란히 앉아 그가 향후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향후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을 버크셔의 차기 최고경영자로 지목했지만, 아벨이 투자 종목 선정까지 하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