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M-3 요격미사일 도입 당장 멈춰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마야’가 SM-3 블록2A를 발사하는 모습. 일본 해상자위대 제공
정부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쓰기엔 적합하지 않은 요격미사일 SM-3을 차세대 이지스함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북·중이 미군기지가 있는 괌이나 오키나와를 타격하려 미사일을 쏠 경우 한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이를 요격할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이 사업 추진을 당장 멈추고, 이 능력을 갖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국민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해상탄도요격유도탄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이 사업의 구체 내용은 2025~2030년 총 8039억원을 들여 SM-3 40여기를 국외 구매(FMS) 방식으로 구입한 뒤 한국이 자랑하는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급(배수량 8200t) 구축함에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SM-3은 대개 고도 100㎞에서 최대 1000㎞를 비행하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한 무기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해를 넘어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잡아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국 이지스함에 이 무기를 장착해왔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통상 최대 고도의 2.5~3배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살펴볼 때 SM-3은 북이 남을 향해 쏘는 단거리미사일이 아닌 일본 본토나 오키나와·괌 등을 향해 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아 맞히는 데 적합한 무기라 할 수 있다. 실제 북은 600㎜ 초대형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같은 변칙 궤도를 그리는 단거리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한국을 노릴 수 있음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이런 직접적 위협 앞에 한발에 200억원이나 하는 SM-3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그런데도 방위사업청은 이 무기가 “북한 미사일을 한반도 상공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려는 것이라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2016년 일본이 행사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예로 “괌·하와이를 노리는 탄도미사일의 요격”을 꼽은 바 있다. SM-3은 바로 이런 때 쓰라고 만든 무기이다. 사실상 미국 방어용이기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된다. 이 사업은 신중한 논의 없이 함부로 추진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움직임을 당장 멈추고 먼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