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라파 공격시, 무기 공급 않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격정적인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탄약 및 폭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 정부는 가자 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의 선적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적극 지지해온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노선을 바꾸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미국을 향해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사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경고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을 거부하고, 라파 지상전을 강행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바리든은 이날 지난주 미 정부가 선적을 중단한 2000파운드 폭탄을 언급하고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허용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한 결과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며 “이스라엘이 아직 라파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들이 라파를 침공하면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 인용해 미 정부는 2000파운드급 폭탄이 피란민 140만명 이상이 밀집한 라파에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해 무기 선적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2000파운드급 폭탄은 파괴력이 매우 강해 인구 밀집 지역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무기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이 폭탄을 여러 차례 사용해 왔다.
바이든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아이언 돔과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라파 침공)은 잘못됐다. 우리는 무기와 포탄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비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쟁 내각에게 분명히 말했다”며 “그들이 실제로 인구 센터에 투입된다면 우리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바이든 발언을 두고 CNN은 “바이든이 미국의 폭탄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학살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CNN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서 무기 수출을 제한하라는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엄청난 압력을 받아왔다”며 “지금까지 바이든은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고 하마스를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해 왔지만 백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피난처로 삼고 있는 가자 지구 남부의 도시 라파에 대한 침공이 임박하면서 대통령의 계산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라파에서 중대한 공격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고폭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 그 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 결정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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