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전담팀 꾸린 검찰, ‘대통령 직무 관련성’ 밝혀낼까

‘김건희 명품백’ 전담팀 꾸린 검찰, ‘대통령 직무 관련성’ 밝혀낼까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속 수사를 지시하면서 김 여사 형사처벌 가능성뿐 아니라 조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김 여사가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직접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조사까지 함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특별수사 담당인 4차장 검사 산하 반부패수사3부, 범죄수익환수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각 1명씩 검사 3명을 파견받았다. 이 총장이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를 받으며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절차다.

팀을 꾸린 검찰은 9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백 대표가 한겨레에 “추가고발 및 진정을 위해 오는 20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조사가 연기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62)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받는 모습 등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했고, 같은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대검찰청에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 외 다른 민원인들로부터 김 여사가 다수의 ‘선물’을 수수한 정황이 영상에 담겼다며 추가 고발도 준비중이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수사 결과만큼 관심이 쏠리는 건 김 여사 직접 조사 여부다. 명품백 등을 건네 최 목사, 수수한 김 여사, 배우자인 윤 대통령 등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해선 명확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김 여사 조사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게 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조사가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가 맡고 있어 수사 부서는 다르다. 하지만 김 여사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검찰 고위 인사는 “도이치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의 2심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 해도 김 여사 조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 여사 (명품백 관련) 조사가 가능한 시점에 다시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본격화하면 명품백과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한번에 100만원이 넘거나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해도 김 여사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일단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의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있는 금지 금품을 받은 경우’에만 공직자에게 ‘소속기관장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공직자를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한다.

청탁금지법은 신고의무가 발동될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규정한다. 서면신고서 양식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 본인을 기관장으로 해석해 신고 의무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신고의무가 있고, 신고는 법 규정대로 ‘서면’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이 후자로 판단하면, 윤 대통령이 작성한 서면신고서 존재 여부가 윤 대통령 형사처벌 여부를 가를 수도 있다.

고발인은 부부의 경우 법적으로 경제공동체라 대통령 부인이 뇌물수수의 공범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뇌물죄의 경우 ‘포괄적 뇌물죄’로서 직무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뇌물죄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뇌물죄 성립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직무관련성만 인정되면 청탁금지법 위반, 여기에 더해 대가성·부정청탁까지 인정되면 뇌물”이라며 “‘청탁금지법이 인정안되는데 뇌물죄는 인정’되는 상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가 넓긴 하지만, 실제 둘 사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중요하다”며 “직무 관련 부정 청탁 여부가 수사에서 규명되어야 뇌물죄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검찰총장이 고발 5개월 만에 사실상 공개 수사 지휘를 하자 배경을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직접 조사 필요성을 내세우다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때문에 대통령실이 민정수석비서관을 되살리고, 이후 고위급 인사를 통해 검찰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총장이 개별행동에 나섰다는 시각이 있다. 한 차장검사는 “이 총장이 사건을 대충 털어버리려면 경찰로 내려보내거나 기존 수사팀 내에서 정리하지 않았겠나”라며 “(정권과 무관하게)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반면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가 특검이 출범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조직을 지키려는 차원의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정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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