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생 왜 지탄받는지 아무런 성찰 없는 윤 대통령 [사설]
9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대국민 기자회견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의 경제·민생 정책 실패는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참패에 결정적 변수가 됐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1001명 대상)를 보면, 선거 전(3월 넷째 주)이나 선거 뒤(4월 넷째 주)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민생·물가’가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9일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거꾸로 그동안의 성과를 내세우며, 경제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무런 성찰이 없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상황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생고를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고는 “시급한 민생 정책에 힘을 쏟으며 우리 사회의 개혁에 매진해왔지만 국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데는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거나 “정책의 속도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말로, 정책 기조와 방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민생 현실은 이렇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악화와 정부의 임금 상승 억제로 노동자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수 부족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는 재정을 통한 민생고 해결 개입을 거의 회피한 채 시늉만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공격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를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를 위해 역대 정부가 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989년 대만의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추진 때 주가가 폭락한 사례를 들어, 금투세 폐지가 증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대만 증시의 자금 이탈은 양도세 도입이 금융실명제 도입 효과를 낳기 때문이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변이었다.
윤 대통령이 전기 대비 1.3%로 집계된 1분기 고성장에 고무됐을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렸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 호전이 성장을 주로 이끌고 내수 회복이 더디다면, 체감경기는 개선되기 어렵다. ‘낙수효과’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상상 속에만 있고 현실에선 희미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1인당 평균 실질임금이 올해로 3년째 하락하고 있음을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