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폐업 식당을 대박집으로… ‘맛제주 프로젝트’ 이끈 박영준 신라호텔 셰프

맛제주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식당 주인들의 인생이 뒤바뀌는 것을 보면서 요리사로서, 또 한 가족 같은 마음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메인셰프(44)는 지난 18일 제주도 애월에 있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맛제주) 9호 식당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호텔신라의 맛제주 프로젝트 총괄 셰프다.

사회 공헌 사업 ‘맛제주’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2월 1호점을 재개장한 후 10년째 진행 중이다. 호텔신라가 지역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보다 시작이 빨랐으니 식당 개조 프로그램의 원조인 셈이다.

[인터뷰] 폐업 식당을 대박집으로… ‘맛제주 프로젝트’ 이끈 박영준 신라호텔 셰프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메인셰프. /신라호텔 제공

이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공들이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사장은 지난 2월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맛제주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해 한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고 현장을 지켰다. 그는 2016년 3주년, 2018년 5주년 행사 때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만큼 맛제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맛제주 사업 골자는 폐업 위기로 생계가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신라호텔이 보유한 조리법, 서비스 교육과 더불어 식당 설비와 내부 인테리어 등을 개선해 영세식당들의 자립을 돕는다.

박 셰프는 “전국 신규 창업자 100만 명 가운데 폐업한 자영업자가 80만 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음식점이 93%로 폐업률 1위였다. 특히 제주도 음식점 폐업률은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음(F&B) 부문에 강점이 있는 호텔신라의 업(業)을 살려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고 제주의 음식문화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맛제주 식당은 제주도청 주관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호텔신라는 공정성을 위해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식당이 선정되면 박 셰프는 이 식당을 방문해 개선할 점을 찾는다. 신메뉴를 개발하고, 식당 인테리어부터 싹 뜯어고친다. 올해부터는 세스코와 계약을 맺어 위생 관리도 강화했다.

통상 경쟁률은 10대 1 이상이다. 한 프로젝트당 들어가는 예산만 1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는 “들어가는 돈이 큰 사업인데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은 대표이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면서 “호텔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맛제주 식당에 선정되면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평균 3~5배 이상 뛰기 때문에, 호텔신라 직원들도 한 가족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준다는 책임감과 보람을 가지고 참여한다. 맛제주는 단순 선정뿐 아니라 사후관리도 진행되기에 박 셰프는 초창기 점주들과는 1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희로애락’도 내내 함께했다.

[인터뷰] 폐업 식당을 대박집으로… ‘맛제주 프로젝트’ 이끈 박영준 신라호텔 셰프

제주 신라호텔이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맛있는 제주 프로젝트 9호점 해성도뚜리. /최효정 기자

박 셰프는 “소위 ‘대박집’의 경우 25평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최대 5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이전과는 환골탈태하는데 경제 사정이 나아진 사장님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생활고로 인해 대학 진학이나 예체능 전공을 포기할 뻔했던 자녀를 대학·유학에 보내고, 자녀를 결혼시켰다는 소식 등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여 식당 중 한 곳의 점주는 박 셰프의 배려로 건강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다. 호텔신라는 식당 주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줬다. 병원 진료 때마다 서울 신라스테이를 숙소로 제공했다.

박 셰프는 이 같은 선의의 힘은 선순환된다고 강조했다. 박 셰프는 최근 맛제주 식당 주인들과 ‘좋은 인연’이란 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가는 게 목표다. 아동복지센터 등을 찾아 요리를 선보이는 등 함께 재능기부를 하는 식이다.

그는 “맛제주는 식당 매출을 올려주는 것뿐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사장님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자 울타리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요구한 적도 없는데 이들이 모여 자신들이 받은 행운을 다시 나눠주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호텔신라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맛제주가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만큼 그간의 노하우도 쌓였다. 타 지자체나 다른 회사로부터 벤치마킹 요청도 자주 들어온다. 박 셰프는 “최근에는 1인 영업장이 많다 보니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동선이나 설비, 원재료 수급법 등 노하우를 전수해 1인이 효과적으로 접객부터 요리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대구나 광진구, 강원랜드 등 다양한 곳에서 벤치마킹을 하려고해서 직접 전국을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박 셰프는 맛제주를 통해 제주 음식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계 삼겹살 등 바가지 논란으로 제주도 자영업자들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물가가 오르고 있어 재료를 직접 수급할 수 있는 식당에 강점이 있는데, 맛제주 식당 중에는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해산물을 직접 잡아서 요리하는 진짜 제주의 맛을 전달하는 식당이 많다”면서 “맛제주를 통해 제주도 음식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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