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후 오직 한 길만... 국내 유일 '캐디 세 자매'를 아십니까?

젝니클라우스CC 캐디 세 자매. 오른쪽부터 곽솔지, 곽푸름, 곽송이. 사진=박범준 기자

젝니클라우스CC 캐디 세 자매. 오른쪽부터 곽솔지, 곽푸름, 곽송이. 사진=박범준 기자

【송도(인천)=전상일 기자】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골프 코스 설계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 340개가 넘는 코스 설계에 관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지난 2015년 프레지던츠컵이 개최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이곳에서 열렸다.

그런데 유명한 것은 코스만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세 자매 캐디 또한 잭니클라우스CC의 명물이다. 잭니클라우스CC는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에서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골프장이다. 그러다 보니 캐디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들이 유명한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세 자매가 모두 캐디를 평생 직업으로 하는 전문 캐디라는 점이 그 이유다. 이들은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캐디 일을 시작한 소위 '골프 장인들'이다.

잭니클라우스CC 전경 / 잭니클라우스CC 제공

잭니클라우스CC 전경 / 잭니클라우스CC 제공

젝니클라우스CC 캐디 3자매. 왼쪽부터 곽솔지, 곽푸름, 곽송이. 사진=박범준 기자

젝니클라우스CC 캐디 3자매. 왼쪽부터 곽솔지, 곽푸름, 곽송이. 사진=박범준 기자

첫째 곽솔지(33), 둘째 곽푸름(31), 막내 곽송이씨(29)가 모두가 그렇다. 캐디 세 자매의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골프 마니아였다. 동생은 전문 프로 골퍼의 길을 걷고 있다. 완전한 골프 집안에서 성장했다. 가장 먼저 캐디 일을 시작한 곽솔지씨는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하신다. 자연스럽게 캐디 일을 시작했다. 나는 이 일이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이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둘째 곽푸름씨는 골프에 더욱 진심이다. 세 자매 중에서 가장 골프를 잘 알고 플레이하는 시간도 가장 많다고 한다. 50여명에 달하는 잭니클라우스CC 캐디자치회의 회장도 맡고 있다.

잭니클라우스CC는 국내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골프장이다. 지난해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박상현이 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잭니클라우스CC는 국내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골프장이다. 지난해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박상현이 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막내인 곽송이씨는 잭니클라우스CC에 입사한지 가장 오래 됐다. 캐디 경력은 언니인 곽솔지씨가 가장 길지만, 잭니클라우스CC에 입사한 것은 곽송이씨가 가장 먼저였다. 그 후 두 언니가 잭니클라우스CC에 합류하면서, 벌써 몇 년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자매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성향이 각기 다르다. 첫째인 곽솔지씨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조언이 특기다. 둘째인 곽푸름씨는 보다 냉철하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편이다. 막내인 곽송이씨는 플레이어가 편하게 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캐디의 제1임무라고 믿는다. 항상 미소 짓는 얼굴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곽송이씨의 매력이다.

첫째 곽솔지 / 사진=박범준 기자

첫째 곽솔지 / 사진=박범준 기자

둘째 곽푸름 / 사진=박범준 기자

둘째 곽푸름 / 사진=박범준 기자

셋째 곽송이 / 사진=박범준 기자

셋째 곽송이 / 사진=박범준 기자

그녀들은 “캐디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회원들이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행복해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속상할 때는 역시 회원 분들이 공이 안 맞아 속상해 할 때"다. 캐디는 전문직이다. 세 자매는 “잭니클라우스CC는 근무 여건이 굉장히 좋다. 바다가 보이는 기숙사 시설도 있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다(웃음). 그리고 캐디는 수명이 짧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우리도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자매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캐디의 최고 자질은 서비스 정신. 회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는 소박한 꿈도 있다. 아직 이름을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KPGA 무대에 올라갈 동생의 골프백을 메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이 일을 계속 하는 것 또한 이들의 공통된 꿈이다.

지난해 열린 KPGA투어 제니시스 챔피언십 / 사진=뉴시스

지난해 열린 KPGA투어 제니시스 챔피언십 / 사진=뉴시스

잭니클라우스CC 관계자는 “아마 세 자매가 한꺼번에 캐디로 일을 하는 것은 잭니클라우스CC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며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서 세 자매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