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늘어나는 석유화학…신용등급 줄줄이 강등
석유화학업계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국내외 신용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의 충남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석유화학업계가 장기간 부진에 빠지면서 신용평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외 주요 신용평가사 평가에서 기업 신용도 강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런 하락세가 올 하반기에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석유화학사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모양새다.
◇ 석유화학사 신용등급 줄하락…공급 과잉 여파 여전
지난달 30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평가사별로 보면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SK어드밴스드의 신용평가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하고, 롯데케미칼, 여천NCC, HD현대케미칼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석유화학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글로벌 신용등급 제공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번 평가하락은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석유화학산업의 하반기 수급은 상반기 대비 회복되겠지만, 수요 반등이 제한적일 전망으로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개선 폭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연간 실적 개선 전망되나, 재무 안정성 회복은 중기적 접근이 필요하며 하반기 등급 하방 압력은 상반기 대비 경감 예상되지만, 변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사업포트폴리오 내 올레핀계 석유화학제품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고, 신규 투자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거나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하향 조정 이유를 밝혔다.
업계는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수요 회복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사의 대중국 수출규모는 약 935만 톤으로 전년(994만 톤) 대비 6% 감소했다. 올해 1~5월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회복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 분기 평균 수출량과 2022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공급 부담이 여전히 높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최근 중국 정부는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 신제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등 민간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석유화학제품 수요 회복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레핀계 범용제품의 공급과잉 지속되며 저조한 수익성이 유지되고, 중장기 사업경쟁력 저하에 따라 실적 부진 장기화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레핀계 범용제품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 상황이 이어지며 동 제품들의 스프레드는 과거 대비 저조한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또한 수요 회복 지연, 유가 상승 추세 등에 따른 원가 부담 등에 따라 매우 부진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하반기 석유화학시장 수급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그린포스트코리아
◇ 완만한 수급 회복은 가능…수익성 회복은 먹구름
업계는 하반기 수요는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경기부양책과 미국 및 유럽의 소비 심리 개선, 인도 내수 성장 등을 감안하며 석유화학 수요가 상반기 대비 양호할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중국의 증설 축소 효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누적된 공급과잉이 일정 수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수급 회복으로 수익성이 반등하겠지만,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하반기에 실적 반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이 과거 대비 증가한 상태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어 있지만 실적 반등이 크지 않아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하반기 업황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누적된 초과 공급 물량을 감안할 때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상승이 제한돼 국내 업체들의 실적 반등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황 회복에 따른 수익성 반등 수준을 점검함으로써 재무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는 영업현금 창출력을 확보하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