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점 후손의 절개 "나라 망하는 거 어떻게 앉아 보나"

문익점 후손의 절개

문익점 후손의 절개 "나라 망하는 거 어떻게 앉아 보나"

1895년 11월 28일 대구부 감옥에서 관찰사 이중하는 한 사람을 심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문받는 사람은 전혀 죄인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관찰사를 통렬하게 꾸짖고 날카롭게 몰아세웠습니다. 이어 그는 밀고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음을 한탄했고 끝없이 목 놓아 통곡했는데요. 분을 못 이겨 이를 어찌나 세게 악물었던지 그만 어금니 두 개가 부러졌습니다. 선혈은 손바닥 위에 뿌려졌고, 남은 피가 입 속에 가득 찼습니다. 계단에는 마치 붉은 비가 내린 듯 피가 흥건했습니다. 심문받던 사람은 조선 말 최초 대규모 항일 의병이었던 을미의병,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봉기한 문석봉 선생이었습니다.

 

선생은 1851년 현재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문하규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한반도에 목화를 도입해 시험 재배와 보급까지 성공한 문익점의 후손이었는데요. 고려 신하였던 문익점 이후, 조선조에 들어서는 집안이 낙향하여 관직에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다만 문석봉 9대조 문영남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왜적을 무찔렀고요. 선략장군 훈련봉사(宣略將軍訓練奉事)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문석봉 대에 이르러 집안은 거의 평민 신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린 문석봉은 무예가 출중했는데요. 12살에 이미 죽궁을 쏘았고 백발백중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육도삼략을 비롯한 병서를 공부했고, 1870년부터 3년간 고견암(古見庵) 암자에 살면서 무술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암자를 나와서는 다시 2년간 두문불출하며 주역을 공부했고요. 1875년에는 중국 금릉(金陵, 난징)으로 건너가 왕희주에게 한의학을 배우는 등 매우 다재다능했습니다.

 

문석봉은 어릴 적 스승을 통해 학문을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몇몇 유교 경전을 배웠는데요. 스승이 따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인으로서도 출중한 소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41살이 되던 1891년에는 고향에 영파재(映波齋)를 짓고 빈민층 아이들 50명을 모아 한학을 가르쳤습니다. 어버이에 대한 효도, 형제끼리 우애, 임금에 대한 충성, 벗 사이 믿음을 가르치며 인륜을 중요시했습니다.

 

나라의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준 문석봉

선생은 성품이 의롭고 어질었는데요. 1882년 32살 나이로 처음 관직에 나갔을 때 일입니다. 그는 전라도 지역 곡식을 조운선으로 한양까지 운반하는 조운리(漕運吏)를 맡았는데요.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나르던 중 목포와 무안을 지날 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당시 전라도 지역 기근이 너무나도 심해 백성이 굶주리고 있었습니다. 선생은 결단을 내리고 운반하던 곡식을 백성에게 다 풀어 나눠줘 버립니다. 당연히 조선 정부는 체포령을 내렸는데요. 선생은 의연하게 답합니다.

 

"나라를 속인 것은 죄이나 이 백성들은 어찌 나라 사람이 아니겠는가. 쌀을 중히 여겨 백성을 버리는 일은 차마 못하겠다."

 

문석봉은 집안일을 친구 김수영에게 맡기고 방장산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는데요. 후에 김수영과 어병선 현감이 상소를 올리고 백성을 구제한 실상을 알렸습니다. 덕분에 죄를 용서받고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1893년 5월 무과 시험에 합격해 다시 관직을 얻었는데요. 경복궁 수비를 담당한 경복궁오위장을 맡았다가 12월에는 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진잠동인 진잠현 현감에 제수되었습니다. 1894년 11월에는 호남과 호서 지역에서 병사를 모으고 지휘하는 양호소모사(兩湖召募使)직을 맡습니다. 주된 역할은 동학농민군을 진압, 체포하고 처형하는 일이었는데요.

 

충남 진잠현의 동학 접주 박만종을 지금의 대전광역시 서구 가수원동 인근에서 체포한 일을 시작으로 많은 전공을 세웁니다. 연산, 은진, 진산, 여산, 청산, 보은 등지에 여러 차례 출정하여 동학농민군을 진압했고요. 특히 1895년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연산지역 전투에서 1천여 명 동학군을 공격해서 4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투항자는 400여 명에 달했고, 동학군 간부 5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연산을 비롯한 인근 6개 지역 주민이 '양호소모사문공석봉명찰선정비(兩湖召募使文公錫鳳明察善政碑)'를 진잠에 세웠는데요. 선정비는 진잠동 도로 개발 과정에서 사라져 지금은 찾을 수 없습니다.

 

문석봉 선생은 나라의 명으로 동학군을 진압하기는 했으나, 온건하고 관대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앞서 체포한 동학 접주 박만종에 대한 처분을 두고 상관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체포된 박만종은 결국 참수되는데, 선생은 눈물을 뿌리며 애석해합니다. 또 동학군에 대한 진압과 살상을 매우 불쾌해했는데요. 생업으로 돌아가야 할 백성을 살상하는 행위가 전혀 의롭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사람들은 문석봉 부대를 '인의(仁義)의 부대'라고 칭송했습니다.

"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그만두겠으나..."

문익점 후손의 절개
 

선생이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집단은 사실 따로 있었는데요. 동학농민군이 아니라 바로 일본군이었습니다. 선생이 중앙에서 벼슬을 할 때 일본이 강압해서 조선이 개화되는 과정을 목격했고요. 특히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 동안 일본군이 보여준 위압적이고 무자비한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의 마음속에 점차 일본에 대한 분노가 일었고, 마침내 큰 결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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