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우리 막내 동생”…찰나의 순간에 사라진 바람

“자랑스러운 우리 막내 동생”…찰나의 순간에 사라진 바람

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ㄱ(52)씨 빈소 모습.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ㄱ씨가 영정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조승우 인턴기자

“몸이 불편한 동생이 열심히 살아줘서 기특했는데…”

찰나의 순간이었다. 전날 밤 서울시청 앞 교차로에서 갑작스럽게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생때같은 막냇동생 ㄱ(52)씨를 잃은 김아무개(57)씨는 한겨레와 만난 2일 오전에도 간밤의 사고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중학생 시절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겪으면서도, 학비를 직접 벌어 당당히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동생이었다. “편하게 살았으면” 늘 바랐다. 뭉클한 소망은 무너졌다.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일에 열중해 야근도 마다치 않던 ㄱ씨는 사고가 벌어진 그날 밤에도 늦은 저녁을 먹고 나오다 참변을 당했다. 동생의 빈소가 차려진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황망히 앉아있던 김씨는 평소 자랑삼아 가지고 다니던 티브이 뉴스 속 ㄱ씨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울었다.

사고가 벌어진 1일은 한 밤의 참극이 벌어지기 전까지, 서울시청 총무과 소속 ㄱ씨에게 더할 수 없이 기쁜 날 이었다. 시청에서 주는 상 2개를 휩쓸었다. ㄱ씨가 이끌던 팀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옮기는 데 기여했단 평가를 받아 ‘우수팀’으로 뽑혔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서울광장 야외도서관을 성공적으로 꾸린 공로로 또 상을 받았다. ㄱ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권아무개(52)씨는 “지난 주말 통화할 때 ‘나는 서울시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던 친구다. 주말도 없이 일하던, 정말 거짓 없이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고인과 같은 과에서 근무했다는 김성택 서울시 사무관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이 밥 먹고 짬 나면 맥주도 한잔하며 울고 웃었던 지난 세월이 스쳐가 슬픔을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이번 사고로 희생된 서울시청 법인세무과 소속 ㄴ씨도 곧 승진을 앞둔 유능한 새내기 공무원이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은 “서울시 전체 예산 집계를 총괄할 정도로 스마트한 분” “고참들도 힘들다는데, 항상 웃고 힘들다는 소리 한번 안하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세상을 떠난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어머니의 절규가 빈소 안에서 울려 퍼지는 동안, 아버지는 황망한 듯 넋을 놓고 허공만 바라봤다. 한 유가족은 “오늘이 친할머니 생신이라 이번 주말에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인근 직장인이었다. 은행 직원 4명, 시청 공무원 2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이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고가 벌어진 월요일 9시27분, 서울 도심은 늦은 퇴근을 하거나 동료와 만나 회식을 하는 직장인으로 북적였다.

“자랑스러운 우리 막내 동생”…찰나의 순간에 사라진 바람

ㄱ씨가 티브이 뉴스에 나오던 장면을 갈무리해 갖고 다니던 유가족. 서울시 38세금기동팀 재직 당시 체납자 단속에 나선 ㄱ씨 모습이 담겼다. 유가족 제공

은행 직원들도 이날 있었던 인사 이동으로 승진과 전보를 축하하며 회식을 하다가 변을 당한 걸로 전해졌다. 은행 직원 4명 중 3명의 주검이 임시 안치된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선 간밤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흐느낌과 탄식이 빗소리를 뚫고 울렸다. 은행에 다니던 조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 온 삼촌 부부는 “착하고 성실하고 다 잘하는 조카였다. 몇년 같이 살기도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밤 택시를 타고 황급히 장례식장 앞에서 내린 한 유가족은 그 자리에 주저 앉으며 “아빠 어떡해. 싫어. 아빠 아니라고 해줘”라고 울부짖었다.

은행 직원들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함께 차려졌다.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 윤연정 기자 [email protected] 김채운 기자 [email protected] 장수경 기자 [email protected]

OTHER NEWS

13 minutes ago

양의지, 추격하자

13 minutes ago

"HBM 주도권 확보하자"…삼성전자, HBM 개발팀 신설한다

13 minutes ago

실적 발표 D-1…'8.3층' 올라선 삼성전자

13 minutes ago

‘활력왕’ 이승철, 아침에 갈아먹는 ‘음료’ 레시피 공개… 재료 뭔가 보니?

13 minutes ago

안성시, 경기도 주관 공공관리제 노선 신설

13 minutes ago

김혜윤 ‘반짝반짝 낮에 뜬 별’[포토엔HD]

13 minutes ago

LG 6년 만에 얼트 유니폼 2종 출시...서울의 밤-무적 LG 유니폼 공개

13 minutes ago

경기교통공사, 철도사업 밑그림…도시철도 참여 방안 마련

13 minutes ago

팅크웨어, 초고화질 QHD 블랙박스 `아이나비 Z9500` 출시

13 minutes ago

미국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 비중, 배터리 전기차보다 높아

13 minutes ago

"막걸리 4병 사면 할인"…CU, 장마철 맞아 기획전

13 minutes ago

숲에서 힐링하고 야시장도 가보고… 낮과 밤이 즐거운 중구 [꿀잼도시 울산]

13 minutes ago

[포토] 진료축소 돌입한 서울아산병원

13 minutes ago

"소송비 걷더니 패소"…법정서 공개된 SPC 제빵기사들 민노총 탈퇴 사유

13 minutes ago

"너무 긴장됐어요" MOON에게 고백..."정말 잘했다. 폼 신경쓰지 말고 마음껏 던져" 화답 [대전 현장]

13 minutes ago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헤이수스, 후라도만 만나냐' 장마의 계절, 운 따르는 팀이 승자다 왜?

13 minutes ago

더 얇고 세련되질 `Z폴드6·플립6`…언팩 기대되는 이유

13 minutes ago

“테슬라처럼 가즈아”… 나이키 급락에 개미는 820억 ‘줍줍’

13 minutes ago

'2차 드래프트 이적생'의 반전?…키움 기대했던 '최주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척 현장]

13 minutes ago

[이슈] 일본 신지폐 3종 발행...경제적 효과는?

13 minutes ago

두산테스나, 2200억원 투자해 신규 공장 짓는다

13 minutes ago

‘6-0을 못지켰다’… 롯데, 두산전서 드러난 명암[초점]

13 minutes ago

전주페이퍼 사망 10대 유족, 단식 농성..."공식 사과하라"

13 minutes ago

가상자산거래소·금감원 “가상자산 이상거래 상시감시”

14 minutes ago

[인사이드 스토리]'CJ라이브시티'와 '서울아레나'의 엇갈린 희비

14 minutes ago

‘전과자’ 이창섭, 채널 150만 구독자 기념 공군사관학교 전격 ‘재재입대‘

14 minutes ago

당기순익만 1조8000억...카타르항공 사상 최대 실적

14 minutes ago

NH투자 "YG엔터, 베이비몬스터 판촉에 수익화 지연"

14 minutes ago

1-14 뒤집은 타선과 6-0 지키지 못한 투수진… 롯데의 슬픈 현실[초점]

14 minutes ago

'새 사랑' 고백한 서유리, 하루만에...충격입니다

14 minutes ago

NCT WISH 시온, '쇼! 음악중심' 스페셜 MC 출격…첫 도전 기대 UP

14 minutes ago

"합병증까지 책임 물으면 누가 치료하겠나"…내시경 의사들 '발끈'

14 minutes ago

'마약혐의 인정' 권진영 대표 "모든게 부끄럽다..직원들에게 미안해"

14 minutes ago

1900억에 팔아 220억에 다시 사는 사기적인 협상...이래야 '거상' 소리 듣는다

14 minutes ago

버스정류장 비닐봉지에 담겼던 티치아노 그림 '300억' 낙찰

14 minutes ago

"곧 삼성전자 시대 온다"…'10만전자' 외치는 증권가

14 minutes ago

서울로 몰려드는 글로벌 호텔 체인… ‘K-컬처’ 찾는 다국적 관광객 겨냥

14 minutes ago

[영상] "이렇게 거친 바다는 처음"…초강력 허리케인 '베릴' 강타 순간

14 minutes ago

'한동훈 안' 등장에 '특검 찬성' 74%…제3자 추천 '한동훈 안' 찬성율은?

14 minutes ago

HD한국조선해양, VLAC 2척 수주…"연간 목표 93%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