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도 역주행도 힘든 곳인데"…시청역 사고 원인에 시민들 '의구심'(종합)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한영 수습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 현장을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수년째 장사해 온 상인들은 “이곳은 속도를 낼 만한 곳도, 역주행이 발생할만한 곳도 아니다”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지난밤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 시민들의 추모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2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68)씨는 도로를 역주행하면서 차량 2대를 잇달아 추돌하고, 인도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대기 중이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총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시민들은 피해자 다수가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을 침통하게 지켜보던 50대 남녀는 “어제 사고 소식을 뉴스로 듣고 깜짝 놀랐다”며 “안타깝다는 말 외에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족과 함께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관광 온 에드와르도(54)씨는 “차는 뒤집혀 있고 사람이 많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테러가 난 줄 알았다”며 “공항이 연착돼 늦게 도착했는데, 연착되지 않고 일찍 왔다면 사고에 휘말릴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현장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박모(60) 씨는 “여기가 일방통행이고 속도를 낼 만한 곳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은 아직 안 나온 것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시청역 인근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89)씨는 “이곳에서 자잘한 사고는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과 상인들은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을 이어갔다.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호를 잘못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한 것 같다”면서 “급발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건너편에서 35년째 로또복권 판매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여기서 접촉 사고는 가끔 있었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사고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며 “운전자가 고령이라던데 운전 미숙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일종의 차량 결함이다.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 소재의 한 여객운송업체에 소속된 버스기사로 파악됐다. A씨의 아내도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며 같은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반면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는 급발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며 “일단 현장에서 급발진을 했다고 하면,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다음 차량이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 외려 가속도가 붙는다. 이게 차량이 정상화돼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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