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공작새
▲ 1일 오전 울산 남구 KT남울산지사 건물 외벽에 공작새가 힘겹게 앉아 있다. 이 공작새는 유기동물 구조대가 구조를 시도했지만 인근 남구 선암호수공원 방향으로 날아갔다. 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 1일 오전 울산 남구 KT남울산지사 건물 외벽에 공작새가 힘겹게 앉아 있다. 이 공작새는 유기동물 구조대가 구조를 시도했지만 인근 남구 선암호수공원 방향으로 날아갔다. 김경우기자 [email protected]
1일 KT 남울산지사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른 아침 출근하며 두 눈을 의심했다. 회사 건물 창틀에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어린아이만 한 공작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공작새는 건물 4층 창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이색적인 광경에 직원들은 너도나도 인증용 사진을 찍고 평소와 다른 산뜻한 기분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화려한 색태를 뽐내던 공작새는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이내 기력이 다한 듯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환경미화 용역직원 A씨는 “오전 6시에 출근했을 때부터 창틀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2층 난간에 있다가 옆 시장 건물 옥상을 통해 4층으로 날아왔다”며 “공작새가 날 수 있는 새인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50분께 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유기동물구조대가 구조를 시도했지만, 창틀 개방 각도 등의 문제로 실패했다. 포획 그물을 피한 공작새는 인근 아파트와 선암호수공원 방향으로 날아갔다.
남구에 따르면 KT 남울산지사 인근에는 동물원 등 공작새를 키우는 곳이 전무하다. 다만 반려견처럼 반려동물 등록 대상은 아니기에,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작새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보다는 서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걸어 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주 서식지가 인도 등 더운 기후 지방이지만, 크고 수북한 깃을 지닌 대형 조류의 특성상 체온 유지 능력이 좋아 혹독한 한국의 겨울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남구는 공작새의 화려한 외관 특성상 이른 시일 내에 신고가 추가로 접수될 것으로 보고, 구조 후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인계하고 입양자를 찾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남구 관계자는 “요즘 강아지, 고양이가 아닌 앵무새 등 평소 보기 어려운 동물들의 구조 신고가 많이 접수되고 있지만, 공작새는 처음”이라며 “희귀 동물의 경우 구조만 되면 입양은 잘 되는 편이기에 발견 시 신고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4월 중구 성남동 일원의 상가건물 주차장, 주차된 차량 위, 골목 등을 한 달여간 배회하던 공작새가 소방 당국에 의해 포획되기도 했다. 신동섭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