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계산
책을 보다가 엄마를 얼마로
잘못 읽었다
얼마세요?
엄마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는데,
책 속의 모든 얼마를 엄마로
읽고 싶어졌는데
눈이 침침하고 뿌예져서
안 되었다
엄마세요? 불러도 희미한 잠결,
대답이 없을 것이다
아픈 엄마를 얼마로
계산한 적이 있었다
얼마를 마른 엄마로 외롭게,
계산한 적도 있었다
밤 병동에서
(하략)
[박소란의시읽는마음] 계산
“엄마세요?” 새삼 참 아린 말이라는 생각. ‘엄마’를 포함한 말이 으레 그렇겠지만, 이런 물음은 너무 깊은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엄마세요? 엄마세요? 곁에 없는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불러왔는지. 꿈에서조차 대답이 없는 엄마를.
시인은 고백한다. 엄마를 “얼마”로 잘못 읽은 적이 있다고. “밤 병동에서”의 일을 아프게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더 진심에 가까운 고백은 이런 것 아닐까. “책 속의 모든 얼마를 엄마로 읽고 싶어졌”다는 말. 도처의 모든 단어, 모든 문장에서 엄마를 본다는 말.
시의 제목은 ‘계산’이지만, 시의 말미에 시인은 밝힌다. 엄마가 얼마인지를 알아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답이 안 나오는 계산”을 열심히 하면 엄마는 그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고. ‘나’의 흰머리를.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계산을 틀려왔나. 얼마나 오랫동안 엄마를 찾고 또 찾았나.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