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한국경제: 금리, 통화량, 법인세 모두 ‘오작동’ [마켓톡톡]

경제 상식을 어긋나는 일들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긴축이라는데 통화량은 단 한번도 줄어들지 않았다.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한참 낮아졌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낙수효과가 발생해 세수가 3.2% 증가할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올해 세수 부족의 원인 중 하나는 법인세 때문이다. 고장 난 한국 경제를 들여다봤다.

고장난 한국경제: 금리, 통화량, 법인세 모두 ‘오작동’ [마켓톡톡]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오작동➊ 금리=한국은행은 홈페이지에 통화정책의 목표를 이렇게 서술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콜금리 등 단기시장금리는 즉시 상승하고, 은행 예금‧대출 금리도 대체로 상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6개월 동안 3.50%였지만, 몇몇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지난 6월 2.9%대로 내려앉았다. 시중금리가 떨어진다는 건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지적하고, 방지해야 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 반응을 했을까. 지난 5월 23일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이 “지난해 초반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도 대출금리가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관련 부서는 “최근에는 국내 기준금리 기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상당폭 등락했다”고 답했다. 금통위의 이 회의 한달 후 2%대로 떨어진 주담대가 등장했다.

기준금리가 무력화된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6월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당시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이를 질타하는 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4월에는 “최근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낮은 현상의 이면에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내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고가 나왔다.

5월에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해 가계대출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꼬집었다.

■ 오작동➋ 긴축과 통화량=우리나라 통화량(M2)이 사상 최초로 4000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 3월 2900조원대에서 30% 이상 증가한 셈이다. 통화량은 2023년 3~5월을 제외하면 팬데믹 이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도 항상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통화량은 4012조9601억원으로 전월 대비 0.40% 증가했고, 전년 대비로는 4.50% 늘어났다. 통화량은 올해 들어서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1월에 전년 대비 4.00%, 2월에 4.40%, 3월에는 5.60%나 불어났다.

한국은행은 항상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기서 긴축적이라는 얘기는 실제 긴축(양적긴축)이 아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긴축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통화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통화량이 이 기간 줄었다는 얘기다.

고장난 한국경제: 금리, 통화량, 법인세 모두 ‘오작동’ [마켓톡톡]

[자료 | 한국은행, 참고 | 전년 동월 대비]

우리나라가 양적긴축을 하지 않은 건 이를 목표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통화량목표제는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물가상승률을 제시하는 물가안정목표제로 변경됐다. 정부가 주장하는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 이유는 대체적으로 세가지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졌고,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예금에 돈이 몰렸으며, 한은의 대정부 대출금이 올해 들어서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통화량 긴축 없는 ‘무늬만 긴축’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생산‧소비‧투자가 10개월 만에 모두 감소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걱정이 기준금리가 조기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 대출은 늘어나고, 통화량은 더 증가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6월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5319억원으로 5월 말보다 4조3011억원 늘어났다.

■ 오작동➌ 법인세 낙수효과의 진실=우리나라 법인세율 최고세율은 2023년 1월부터 최고 24%가 됐다. 과세표준 구간별 1%씩 인하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법인세율을 낮추면 낙수효과로 경제가 성장하고, 이는 오히려 법인세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다”며 “법인세가 (정부) 의도대로 되지 않아서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했다”고도 말했다.

추 전 장관의 주장은 한국경제인협회의 법인세 감세론과 동일한 논리다. 한경협은 2022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면, 기업 투자 증가율은 5.7%포인트 상승하고, 고용은 3.5% 늘어난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걷는 법인세수도 3.2%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기업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이 올해 5월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 기업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1.1%를 기록했다. 기업투자는 3월에도 전월 대비 6.2%, 4월에는 0.3%, 5월에는 4.1%로 올해 내내 감소했다.

고장난 한국경제: 금리, 통화량, 법인세 모두 ‘오작동’ [마켓톡톡]

2022년 12월 23일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건설투자도 3월에 전월 대비 -10.2%, 4월 4.2%, 5월 -4.6%로 감소 추세였다. 이에 따라 국세수입이 올해 최대 20조원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인세가 덜 걷힌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1~5월 법인세 수입은 28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5조3000억원 줄었다.

기본적으로 낙수효과는 이미 검증이 끝난 잘못된 주장이다. 오언 지다 프린스턴대학 교수, 매슈 스미스 재무부 애널리스트, 시카고대학의 에릭 즈윅 교수가 올해 3월 전미경제연구소에 게재한 ‘과세 정책과 글로벌 투자’ 논문의 골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로 법인세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란 내용이다.

논문은 “2017년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낮춰지면서, 10년간 미국 자본 증가율은 7%에 그치고, 법인세 징수액은 41%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경제연구소(LSE)의 데이비드 호프 선임연구원이 2022년 4월 발표한 ‘부자를 위한 대규모 감세의 경제적 결과’ 논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8개국에서 1965~2015년 시행한 주요 감세 정책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낙수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논문은 “주요 선진국들의 지난 60년간 감세 정책은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기업 투자 등 국가의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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