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예상매출액 ‘뻥튀기’ 여전…본사 말만 믿었다간 ‘낭패’

개업 희망자에 ‘정보 제공 의무화’ 10년…공정위 신고 ‘분쟁’ 반복

인접 점포 매출 ‘단순 표본화’ 유명무실…상황별 세밀한 정보 필요

올해 경기 여주시에 편의점을 연 A씨의 최근 몇달간 하루 매출은 약 50만원이었다. 편의점을 열기 전 본사에서는 인접 매장 5곳의 일일 예상매출액이 90만~190만원이라고 했다. 본사 직원은 상담에서 “도로 교통량이 다른 곳보다 많다”며 “초창기에는 매출이 적을 수 있지만 여름이 되면 130만~150만원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앞 도로공사가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는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에도 매출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A씨는 “본사에서는 사전에 도로공사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본사에 문의해봐도 ‘결국 사장님이 (개점을) 결정하신 것 아니냐’는 식의 답변만 돌아오니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사이에 ‘예상매출액’ 산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의무제공사항인 예상매출액 산정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가맹본부는 개업 희망 가맹점주에게 예상매출액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2010년대 초 프랜차이즈 사업이 팽창하면서 소위 ‘떴다방’식으로 점주를 모은 뒤 자재비 등을 떠넘기고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2014년에 규정이 생겼다.

예상매출액 산정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고매출액이 최저매출액의 1.7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가맹본부가 자체 산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개설희망지와 같은 행정구역 내 가장 인접한 가맹점 5곳의 매출액에서 최고·최젓값을 제외한 3곳의 매출액 평균을 내는 것이다. 가맹본부 대부분은 후자 방식으로 매출액을 산정한다. 김승백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홍보팀장은 “전자는 유동인구에 숫자를 곱하고 따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계산식이 복잡하다”면서 “향후 분쟁 소지도 커 극소수 업종을 제외하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거리만을 기준으로 예상매출액 표본이 결정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입지나 환경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편의점업 등에서 실제와 30~40% 차이 나는 예상매출액이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예상매출액은 형식적으로만 사용되고 본사가 구두로 말하는 내용에 의존하게 된다”고 전했다.

대구 편의점주 B씨는 “점포 운영을 결정할 때 첫 번째 기준이 매출”이라며 “‘최소한 얼마는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포를 여는데 단순히 인근 5곳의 매출만 보여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도 예상매출액 산정 방식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데 동의한다. 김 팀장은 “예상매출액은 주변 지역의 상권 변화나 점주의 운영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인접 지역의 매출액을 제공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상매출액 관련 분쟁은 반복되고 있다.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지난 24일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출점 당시 제공한 예상매출액을 부풀렸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특정 매출액을 약속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엄 디저트카페인 ‘디저트39’도 허위 예상매출액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19일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 규모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폐업률도 덩달아 늘고 있다. 공정위의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2022년 가맹점 수는 17만9923개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전체 가맹점 대비 당해연도 계약 종료·해지 가맹점 수를 뜻하는 폐점률도 14.5%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늘었다.

박 정책위원장은 “점포 현황에 따른 정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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