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연예연구소] 영웅시대·아미…논란에 대처하는 현명한 팬덤의 자세
가수 임영웅과 임영웅 공연에 모인 팬덤 ‘영웅시대’. 물고기뮤직 제공.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 비하하는 말 처럼 들리지만, 최근엔 실력과 인성 모두 뛰어난 가수의 팬덤은 가수를 닮아 현명하다는 말로 쓰인다.
가수 임영웅이 최근 억지에 가까운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팬덤인 ‘영웅시대’의 대처는 의연하다 못해 여유로웠다.
임영웅은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나도 몸이 근질근질하고 마음이 드릉드릉한다”라고 언급했다. 7월 촬영을 앞둔 tvN ‘삼시세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발언으로 추측됐지만, 일부 남초 커뮤니티 중심으로 “임영웅이 ‘드릉드릉’이란 남혐 단어를 썼다”고 비난했다.
‘드릉드릉’은 표준어로, ‘크게 자꾸 울리는 소리’, ‘짧게 코를 자꾸 고는 소리’ 등을 의미하는 부사다. 일각에선 여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성적으로 안달 난 상태’라는 뜻으로 남성을 비하할 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논란을 만들기 위한 논란이었다. 중장년층 여성팬들이 많은 ‘영웅시대’에선 이를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팬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 사는 게 힘들까? 왜 의미 없는 혐오에 얽매여서 서로 미워하고 단어 하나에 온갖 의미 부여를 해서 서로 괴롭히고 있는지 참 속상하다” “행복하게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다른 사람 미워하는 데 에너지 쓰지 말라. 그럴 시간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걸 찾아가라” “뭐든 사랑의 눈으로 보는 연습을 해라. 늘 ‘건행’하길 바란다” 등 자애로운 댓글로 논란을 덮었다. 시비를 싸움으로 번지게 하지 않으려는 여유가 돋보인 처사였다.
하이브 사옥 앞에 놓인 근조화환. 경향신문 DB
BTS의 팬덤인 ‘아미’ 는 똑똑한 팬덤의 표본이다. 워낙 많은 인원으로 변호사, 의사를 비롯해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포진한 것으로 유명한 이들 팬덤은 논란이 터지만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점을 빠르게 내놓아 SNS X(구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뒤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최근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갈등이 드러나 BTS로 불똥이 튀었을 때도 빠르게 의견을 모아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당시 단월드와 하이브 연관설, BTS 사재기 루머 등이 퍼져나가자 아미는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 항의성 근조화환 수십개와 항의성 문구가 담긴 시위 트럭을 보냈다. 하이브가 임의로 화환을 철수하지 못하도록 미리 집회신고를 하는 철두철미함도 보였다.
또 몇몇 신문에 전면 광고도 냈다. “현 사태와 무관한 방탄소년단이 거짓 뉴스와 루머로 지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임에도 소속사로서 방관하고 있는 하이브를 규탄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들은 “우리는 하이브가 아닌 ‘방탄소년단’을 지지한다”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않는 소속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소속사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은 통상 계약 해지의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소속사에 강하게 경고, 믿음직한 백 그라운드를 자처했다.
강주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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