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장온도 측정하는데... 펄펄 끓는 건설 현장과 ‘탁상행정’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체감온도에 따라 우체부의 실외 배송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고시를 마련했다. 하지만 건설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권고 수준이어서 강제성이 없다. 예방가이드라인의 온도 기준이 ‘건설현장’이 아니란 점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미국은 현장온도 측정하는데... 펄펄 끓는 건설 현장과 ‘탁상행정’

2023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환자는 전년 대비 80.2%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여름이 당신 인생에 남아 있는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This will be the coolest summer for the rest of your life.)” NASA의 기후위기과학자 피터 칼무스가 2023년 8월 SNS에 남긴 글이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상기후에서 비롯된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사람은 2818명이었다. 2022년에 비해 80.2%나 늘었다. 2023년의 여름 기온이 2022년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이 집계한 2023년 6~8월 여름 평균 기온은 24.7도로 2022년보다 0.2도 높았다. 최고 기온도 2022년 28.8도에서 2023년 29.3도로 올랐다. 이런 변화가 온열질환자를 더 발생시킨 셈이다.

온열질환의 대다수는 ‘밖’에서 발생했다. 10명 중 8명이 실외활동 중 쓰러졌다. 직업으로 따지면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0%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건설 노동자가 포함된다. 건설현장이 더위에 취약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정부 정책도 이미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의 체감온도가 높아질 때마다 노동자에게 단계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권장한다.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3도, 35도, 38도에 이르면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더 오래 쉬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권고는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체감온도’ 기준 때문이다.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체감온도는 매일 기상청이 예보하는 온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다음날 기온에 따라 체감온도가 33도, 35도, 38도를 넘을 것으로 보일 때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측정 기준이다. 기상청이 예보하는 체감온도는 기상청이 설치한 장비로 측정해서 발표한다. 실제 건설현장과는 위치가 다르다는 거다. 기상청 장비가 건설현장보다 좀 더 서늘한 곳에 있다면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현장온도 측정하는데... 펄펄 끓는 건설 현장과 ‘탁상행정’

[사진=더스쿠프 포토]

미국은 현장온도 측정하는데... 펄펄 끓는 건설 현장과 ‘탁상행정’

실제 측정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023년 7월 11일~8월 7일 31개 건설현장에서 측정한 체감온도를 발표했다. 체감온도는 습도와 기온을 조합해서 계산했는데, 기상청이 예상한 체감온도와 건설현장의 체감온도는 평균 6.2도 차이가 있었다.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의 체감온도 단계가 33도, 35도, 38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6.2도 간극은 2단계 차이에 달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실내 사업장은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사업주가 온ㆍ습도 관리를 하고 그에 따른 건강 장해를 예방한다”며 “건설현장은 사업주의 온습도 관리 의무가 없어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따라 건설 노동자들이 휴식을 제때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여름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공교롭게도 노동시간과 해가 가장 뜨거운 시간이 겹친다. 하지만 건설업의 특성상 모든 노동자가 쉴 순 없다.

가령, 콘크리트 타설 중이라면, 중지하거나 대기하는 게 불가능하다. 체감온도 33도를 넘어서는 날에도 콘크리트 타설은 멈출 수 없다. 번갈아 가며 일하고 휴식할 수 있다면 건설 노동자에게도 좋겠지만, 모든 현장이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건비 때문이다. 온열질환을 피하기 위해 휴식을 늘리면 공사기간을 늘리거나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장 온도만이라도 제대로 측정해서 예방가이드라인에 적용할 순 없을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열 관련 사망의 80%가 야외 작업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ㆍ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 tration)은 현장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배포했다.

이 기준의 핵심은 현장에서 측정하는 온도다. OSHA는 해군 훈련 때도 사용하는 더위체감지수(WBGT) 측정기를 건설현장에서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상 관측소와 현장의 온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거다.

OSHA는 보고서를 통해 “관측소의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역 일기예보가 유용할 수 있지만 특정 작업장의 조건은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작업장의 열은 구름양, 습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잠재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현장온도 측정하는데... 펄펄 끓는 건설 현장과 ‘탁상행정’

[자료 | 민주노총 측정치]

OSHA는 한발 더 나아가 관련 규정에 강제성을 넣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업주의 현장 온도 측정과 정기적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 온도 측정’을 의무화하는 강제규정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내비쳤다. 실내 작업장에는 온도 측정의 의무가 있지만 이를 야외 현장으로 확대해 감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주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하루 전에 예보를 발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단 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같은 현장이라 하더라도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와 실내 작업 노동자가 느끼는 온도는 다를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율에 맡겨도 충분하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뙤약볕 건설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이들의 탁상공론의 결과물 아닐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mail protected]

OTHER NEWS

23 minutes ago

윤이나도, 이제영도, 전예성도, 정윤지도 우승 없이 ‘상금 톱10’…공통점은 준우승 2회

25 minutes ago

[mhn포토] 스테이씨 세은 '안경 미소녀'

25 minutes ago

“이제야 진짜 회장님 차”..마침내 등장한 제네시스 신형 G80 롱바디, 주행거리가 ‘무려’

25 minutes ago

상의 훌렁 도쿄도지사 후보, "韓 보도 창피" 반응에도 뻔뻔…"왜 퍼뜨려"

25 minutes ago

[STN포토]티샷 후 미소짓는 이세희

25 minutes ago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는 어디까지?!” 전기차 캐즘에도 테슬라는 ‘굳건’

25 minutes ago

[환율전망] “위험선호 회복 및 달러화 약세 영향…1380원 중반 등락 예상”

25 minutes ago

윤미향 주최 토론서 “北 전쟁은 정의” 시민단체 이사장 檢 송치

25 minutes ago

조보아,'과감하게 오픈'

25 minutes ago

금토일·토일월 휴무제… 노동생산성 높인다

34 minutes ago

블핑 제니, 비키니 입은 바비 인형‥이탈리아 그림 같은 섬에서 망중한

34 minutes ago

[포토] 퇴장하는 국무위원들

34 minutes ago

이승윤 ‘해맑은 미소’ [MK포토]

1 hour ago

[MD포토] 박제니, '여고생의 핫걸 포즈'

1 hour ago

"학생안전 교사에게 전가"…속초사건 후 체험학습 거부 확산

1 hour ago

칩스앤미디어, 美 AI PC 칩에 비디오 IP 적용…AI PC 생태계 진입

1 hour ago

하이키, 예쁜 미소

1 hour ago

SPC삼립, 정통 크림빵 ‘크림 아뜰리에’ 4종 선봬

1 hour ago

ETRI, 혁신적 나노기술 6종 일반에 공개…상용화 속도

1 hour ago

“세단보다 SUV?” 그랜저도 이긴 쏘렌토, SUV 선호도 높아

1 hour ago

‘악의 제국’이라 불리는 최강야구팀, 찢어지게 가난하게 시작한 이유

1 hour ago

단번에 거대한 바위 자르던 1300년 박혀있던 '전설의 검' 눈떠보니 사라졌다 '큰 충격'

1 hour ago

‘최강야구’ PD “‘최강축구’? 안합니다, 바쁩니다”

1 hour ago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4년 7월 3일

1 hour ago

[SC이슈] "안 합니다, 오보입니다"…'최강야구' PD, '최강축구' 제작설에 입 열었다

1 hour ago

[포토] 이채연 '강렬한 카리스마'

1 hour ago

키스오브라이프 나띠 '추구미는 핫걸'

1 hour ago

삼성전자 '총파업'에 발목 잡힐까

1 hour ago

[사진] 고척돔에 나타난 데드풀과 울버린

1 hour ago

치솟는 우윳값에…CU, 독일 올덴버거 가성비 멸균우유 들여온다

1 hour ago

[포토] 조보아 '아찔한 노출'

1 hour ago

우리금융저축은행, 최고 3.7% ‘파킹’정기예금 출시

1 hour ago

농어촌공사 '중대재해 예방' 안전한 일터 만든다

1 hour ago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아파트 찾기 어려워졌다

1 hour ago

[STN포토]예쁘게 티샷 날리는 장은수

1 hour ago

비트코인·이더리움 갈림길 섰다…7월 가격 향배는?

1 hour ago

가계부채, GDP 대비 93.5% 수준…금감원 "DSR 규제 내실화·확대"

1 hour ago

자이언티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대됩니다” 테디에 작별인사

1 hour ago

김구라 “돈? 아무리 많아도 한남동 안 가..고급 외제차도 NO” (그리구라)

1 hour ago

“CCTV에 결제 화면까지 보여줬는데…” 도둑으로 몰린 여중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