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동 우주기지에서 ‘脫소련’ 후 개발한 첫 대형 발사체 발사...엔진은 나로호 한 뿌리(종합)

러, 극동 우주기지에서 ‘脫소련’ 후 개발한 첫 대형 발사체 발사...엔진은 나로호 한 뿌리(종합)

앙가라-A5 발사체가 2024년 4월 11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세 번째 시도에서 발사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극동 지역 우주발사장에서 대형 우주발사체인 앙가라-A5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앙가라-A5 로켓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독자 개발한 첫 대형발사체다. 앙가라 로켓의 1단과 보조 로켓인 부스터에는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액체엔진과 동형의 엔진이 달려 있다. 앙가라-A5 로켓이 이번 극동 지역 우주발사장에서 시험 비행 성공하면서 러시아 발사체 기술은 옛 소련 체계에서 완벽히 벗어나게 됐다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11일 오후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앙가라-A5 로켓에 모형 위성을 실어 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앙가라-A5 로켓은 애초 9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여압 시스템(기압상태를 유지하는 장치) 오작동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어 10일 재발사가 시도됐지만 엔진 발사 제어시스템에 문제가 발견되면서 다시 발사가 중단됐다.

이날 이뤄진 세 번째 발사에서는 앙가라-A5는 성공적으로 우주로 향했고 발사 후 수분 만에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초속 7km에 도달했다. 보스토치니 임무 통제소는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비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로스코스모스도 “로켓에서 부스터와 연료탱크가 분리되고 나서 본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되면서 시험용 모형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며 “로켓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앙가라-A5는 길이 54.3m인 3단형 로켓으로, 이륙 중량이 773t에 이른다. 인공위성을 비롯해 24.5t의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르게 설계됐다.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이 저궤도까지 23t을 실어나르는 것보다 조금 많은 운송량이다.

이번 발사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한 이후에도 우주개발에서 옛 소련에 포함된 주변국에 의존해야 했다. 옛 소련 시절 주요 로켓 제작 시설과 공장, 발사장을 곳곳에 분산해서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한동안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로켓 회사인 유즈노예, 유즈노마시가 설계하고 제작한 부품에 의존해야 했다. 우주 로켓을 쏘아 올리는 발사장 역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사용해야 했다. 러시아와 카자스탄은 최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사용료에 대해 입장 차를 계속해서 보여왔다. 지난 2008년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 씨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이번에 개발된 앙가라-A5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개발한 최초의 대형 우주발사체이다.

로스코스모스는 “앙가라-A5가 순수 러시아산 부품만을 사용하며 환경에 덜 해로운 연료를 사용한다”며 “1960년대 중반부터 운용된 프로톤M 로켓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앙가라-A5는 한국 우주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앙가라-A5 발사체 1단과 부스터 4개에는 추력이 210t인 RD-191 엔진이 사용된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소형발사체 나로호에는 RD-191과 형태는 같지만 추력을 170t으로 줄인 RD-151 액체엔진이 사용됐다. 나로호와 형태상 모양이 같은 심장을 달고 있는 형제인 셈이다. 하지만 2009년 8월 나로호 첫 발사 당시 국내에선 러시아 RD-191 엔진 시험에 나로호가 시험용으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당시 축적한 발사체와 엔진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단 한 차례 실패만 겪고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하면서 이런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번 발사에선 또 소련 시절 사용하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가 아닌 러시아가 최근 극동에 야심 차게 설립한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앙가라-A5는 2014년 첫 시험 비행을 시작한 이후 2020년과 2021년 세 차례 비행했는데 모두 러시아 북부 군사기지인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이 기지는 원래는 신흥 우주개발국가의 위성 발사 시장을 겨냥해 한국과의 협력이 추진되다가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협력을 다졌던 곳이다.

외신은 이번 발사가 러시아가 추진해온 ‘탈소련’ 우주개발의 본격적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이번 발사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우주비행사의 날’(4월12일)을 기념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발사를 단행했다.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이 된 지 63년이 되는 날이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서 모든 유형의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게 됐고 우주에 대한 독립적인 접근을 보장받게 됐다”고 밝혔다.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