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하다 '사장님' 된 주민... 이 아파트의 특별한 문화

동아리 활동하다 '사장님' 된 주민... 이 아파트의 특별한 문화

동아리 활동하다 ‘사장님’ 된 주민… 이 아파트의 특별한 문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반듯한 상가 건물과 곳곳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까지 전형적인 주거형 신도시의 풍경이다. 이곳의 여러 아파트 단지 중에는 어딘가 특별한 아파트가 있다는데… 입주 대기자만 200여 명, 아파트 운영 동아리 수가 23개, 아파트 공유공간만 18곳에 이르는 위스테이 별내, 이름하여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주민이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이루어 운영하는 형태의 아파트로, 2020년 8월 491세대가 입주 완료한 뒤 연간 이사하는 가구 수가 10여 가구 안쪽에 그칠 만큼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곳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언뜻 보아서는 일반적인 아파트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아파트 상가 건물에 자리한 상점부터 독특하다. 편의점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그러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점으로 채워졌다. 유기농 식재료를 취급하는 ‘오늘도가게’, 마을형 택배 거점 공간이자 노인일자리 사업과도 연계된 ’60+일상터’ 등 주민들의 건강과 편익을 고려한 상업 시설이다.

아파트 내부에는 총 7개의 동이 서 있는데, 각 동마다 1층에 공유공간이 조성돼 있다. 널찍하고 쾌적한 내부 환경의 동네카페, 누구나 조리할 수 있는 동네부엌, 어린이들을 위한 유아놀이방과 다함께돌봄센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편안히 머물 수 있는 동네책방, 어르신도 이용가능한 동네체육관, 포켓볼·음악합주·목공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을창작소까지.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 있으면 좋겠다’고 누구나 꿈꿨을 법한 편의시설이 빠짐없이 자리한 풍경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 하나 아쉽지 않은 모두를 위한 시설. 편안한 표정으로 익숙한 듯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는 이곳에 더욱 온기를 더한다.

동아리 활동하다 '사장님' 된 주민... 이 아파트의 특별한 문화
동아리 활동하다 '사장님' 된 주민... 이 아파트의 특별한 문화
 

눈에 보이는 시설에서도 차별점이 있지만, 위스테이 별내의 진짜 매력은 안쪽에 있다. 이곳만의 특별한 ‘공동체 문화’가 바로 그것. 491세대 이곳 주민들은 모두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돼 스스로 아파트의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크게 네 가지 분야의 내부 활동(▲어린이 돌봄 ▲평생교육 ▲갈등조정 ▲사회적 경제 활동 커뮤니티 비즈니스)이 있는데 여기에서 수많은 열매가 맺히고 있다.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 이상우 사무국장을 만나 생생한 이곳 내부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민이 되는 순간, 모든 주민은 조합원이 되죠. 신규 조합원은 ‘조합원 카드’라는 것을 작성하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세세한 정보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취미를 비롯해 만약 어린이를 대상으로 2시간 동안 강의를 한다면 어떤 주제로 할 수 있을지,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등을 묻는 내용이에요.”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을 법한 질문들이다. 이곳에 입주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이주를 넘어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고, 여기에는 자신의 재능과 꿈 역시 이웃과 공유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조합원 가입과 함께 출자금 4천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다. 이곳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그 발걸음을 함께 하겠다는 대답인 셈이다.

이들은 아파트 내부에 마련된 공유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이 중 가장 다채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활동은 ‘평생교육’이다. 누구나 배우고 가르치는 마을공동체 평생교육 활동으로 ‘100개의 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조합원들이 직접 자신의 관심사를 활용한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23개의 동아리, 284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며 여기에는 목공·요가·달리기·탁구·미용 심지어는 막걸리 제조와 같은 이색 동아리도 있다.

“시작할 당시에는 흔히 ‘경력 중단 여성’이라 불리는 분들을 대상으로 생각해 활동을 계획했었죠. 이분들이 과거 했던 활동, 가지고 있는 재능을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면서 새롭게 사회 활동을 시작할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다양한 분들이 동아리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죠.”

다양한 동아리 조직은 2020년 11월 1일, 아파트 내부에서 열린 큰 축제 ‘동아리 박람회’를 통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동아리를 적어두면, 여기에 참여하고픈 주민들이 스커를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아리가 50여 개, 실제 운영으로 이어진 것은 이 중 절반 정도다.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저에게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한 대학교 신입생도 기억이 나요. 코로나19 기간에 입학해 대학 밴드부에 가입할 수 없었는데, 아파트에 밴드 동아리가 생긴 덕분에 거기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거였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 읽기 모임에서는 그림책을 읽으며 어르신분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요. 그러면 그 모임이 눈물바다가 되는 거예요. 평생교육이라는 게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측면도 있지만, 인간적인 교류도 포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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