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10명이 숨진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속 오늘]도주 막으려 설치한 쇠창살, 쇠잠금장치에 가로 막혀 억울한 죽음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요즘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힘들지만 몇 년만 참고 일하면 가족 전체가 일어날 수 있기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많은 외국인이 일거리를 찾아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떨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만지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은 그들에겐 생명수와 같기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 있다.
이들 불체자들이 가장 무서운 하는 곳은 출입국 관리사무소다. 잡히면 일한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추방되기 때문이다. ◇ 설 명절 1주일 앞둔 일요일 새벽,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2007년 오늘은 설날을 1주일 앞둔 일요일이었다.
그날 새벽 3시55분쯤 전남 여수시 화장동 여수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 보호시설 304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한시간만에 진화됐지만 10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등 무려 28명의 사상자가 났다.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많았던 것은 시설 문제와 관리자들의 안일함 탓이었다.
보온을 위해 깔아놓은 우레탄에서 유독가스가 발생, 희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질식사했다.
특히 도주 방지 등을 위해 설치한 쇠창살과 쇠로 된 이중잠금장치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일부에선 도주를 우려해 철창을 열어주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또 화재 당시 근무자는 모두 9명(직원 4명, 경비용역 5명)이었지만 감시실 야간근무는 경비용역만 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당직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출동 소방관 “절단기로 자물쇠 자르는데 시간을…문 열자 바닥에 시체가” 화재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여수 소방서 구조팀의 조양현 소방관은 2022년 언론인터뷰에서 지옥을 방불케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층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뛰어 올라간 조 소방관의 귀에 ‘살려달라’고 외치는 수십명의 고함와 신음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감각에 의지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쪽으로 다가서던 조 소방관은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뭉치 자물쇠와 △와이어 자물괴로 이중잠금장치 된 사실을 알고 “절단기가 필요하다”고 무전을 쳤다.
조 소방관은 “불을 끄는 일보다 자물쇠를 잘라 문을 여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며 “절단기로 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이 나왔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되뇌었다.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2020.3.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밀린 임금 기다리던 김씨, 죽은 다음 날에야 입금…420만원 받으려 애쓰던 우즈벡 아빠
당시 희생자는 중국 국적의 김광석, 이태복, 진성희, 장즈워, 양보쟈, 송관중, 김성남, 리사오춘, 황해파씨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예르킨이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했던 김성남씨는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여수 수용소에 머무르다 변을 당했다. 그가 사망한 다음 날 그의 통장에는 밀린 임금이 들어왔다.
진성희씨는 귀국행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하루 더 머물렀다가 불귀의 객이 됐다.
47살 우즈벡 아빠인 예르킨은 ‘체불임금 420만원을 받는 즉시 떠나겠다’며 1년여 여수외국인보호소에 머물며 돈을 받아달라고 이리저리 호소하던 중이었다.
◇ 탈출하려 라이터로 불을 내…사망자에겐 1억원 배상금, 부상자 전원 출국조치
경찰은 수용소에서 탈출하려던 조선족 김모씨가 불을 낸 것으로 의심했다. 김씨가 CCTV 주변을 어슬렁거린 데다 그 직후 CCTV가 치약으로 칠해졌고 휴지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시민단체들이 ‘범인 만들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등 큰 논란을 빚었다.
정부는 오랜 협상 끝에 사망자에 대해서는 연령대별로 1억에서 1억 12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부상자에 대해 위자료 1000만원씩을 일괄 지급했다.
이어 배상 처리가 마무리한 정부는 4월 11일 국내에 체류하던 부상자와 그의 가족 32명(부상자 16명, 가족 16명)을 전원 출국조치했다.
쇠창살 속에 갇힌 채 이국땅에서 죽어가야 했던 그들을 위해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여수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엔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옆 도로변 공터에 추모비까지 세워 그들의 넋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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