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보유 美 292척vs中 370척…시진핑, 전시에 美 압도할 전력육성 박차
상선·군함 건조 경계 모호한 中에 선박 주문 자제하라는 목소리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조선업계 부동의 세계 1위인 중국이 해군력을 급속하게 키워 이제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WSJ은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세계 상업용 선박 생산 점유율이 51%로 절반을 넘겼으며, 이런 추세는 중국 해군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신형 전자정찰선 카이양싱호
우선 중국의 상선 건조 점유율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가입했던 2002년 당시 8%에 불과했으나 2005년 17%, 2010년 38%, 2015년 36%, 2020년 38%, 2021년 42%, 2022년 48%로 중국 점유율은 급성장했다.
컨테이너선·유조선·벌크 화물선·여객선 등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건조되는 실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른 지난해 중국을 뺀 상업용 선박 건조율은 한국 26%, 일본 14%, 유럽 5% 순이었다. 미국은 군용 선박 생산에만 주력한다.
WSJ은 미국과 유럽 등의 조선업은 쇠락의 길을 걷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중국을 해양 강국으로 변모시키려는 뜻을 품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사시 미국을 압도할 해군력을 갖출 목적으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상선 건조 능력은 군용 선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급속 성장은 미국 등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미국은 함정 보유 숫자도 중국에 밀린다.
WSJ은 현재 370척의 함정을 보유한 중국은 2030년까지 435척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경찰 선단과 정부 통제를 받는 상선 등을 활용해 남중국해 등에서 장악력을 확장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달리 현재 미군은 292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2045년까지 350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래도 중국에 열세다.
물론 미군의 압도적인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력 등을 고려할 때 미·중 해군력 격차는 여전하지만,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은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막강한 조선산업을 바탕으로 적시에 필요한 만큼의 연합군 군함 등을 건조해 투입함으로써 독일 등의 해군력을 압도해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중국이 전시 체제에서 특화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 내 조선소들은 채산성을 이유로 상선 건조를 하지 않고 미 해군을 주요 고객으로 정부가 발주한 군함·잠수함 등의 군용 선박만 건조하는 실정이어서 미국의 전반적인 조선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WSJ은 특히 중국의 조선업 호황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전시에 대비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가고 있지만 미국의 조선업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으로 쏠리는 각국의 상선 건조 주문에 대한 경계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내 매튜 푸나일 중국 전력 프로젝트 분야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 조선소들의 상선과 군함 건조의 경계가 모호하다면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 선박 건조를 주문하면 그 수익금이 결국 중국 군함 건조에 쓰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토마스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도 “중국에서 선박을 구매하는 모든 국가는 전시에 중국 함대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조선소 건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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