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산 동구 부산역 앞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 부산역 앞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겨울은 가장 겨울 같지 않았던 겨울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데다가 역대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연중 가장 춥고 건조한 계절인 겨울철 기후 패턴이 깨진 셈이다.
3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2023년 12월~2024년 2월) 전국 강수량은 238.2㎜로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겨울철 강수량이 20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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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겨울철 강수량(71㎜)보다 3배 이상 많았고, 기존 1위 기록인 1988년(190.2㎜)과 비교해도 50㎜ 가까운 차이를 보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비·눈이 내렸다. 월별 강수량으로는 12월(102.8㎜)과 2월(103.3㎜)에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하는 등 초겨울과 늦겨울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강원 산지에는 지난달에 향로봉 적설계의 측정 한계(1.6m)를 뛰어넘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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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역시 강한 한파가 이따금 찾아오긴 했지만, 겨울 전반으로 보면 역대급으로 따뜻했다. 지난 겨울철 평균 기온은 영상 2.4도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역대 1위는 2019년 겨울에 기록한 2.8도다. 따뜻한 겨울의 영향으로 매화 등 봄꽃 개화 시기도 한 달 이상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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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예보에도 이런 겨울 처음”…이례적인 겨울 날씨 왜?
서울 지역에 눈이 내리는 지난달 21일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광객이 망가진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지역에 눈이 내리는 지난달 21일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광객이 망가진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뉴스1
기상 전문가들은 지난겨울이 겨울 같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로 엘니뇨와 기후변화를 꼽는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으로 지난겨울에 정점을 찍었다. 엘니뇨가 발달하는 시기에는 겨울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겨울 동안 엘니뇨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습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자주 불면서 기온과 강수량 모두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40년 넘게 예보를 했지만 이번 겨울처럼 비와 눈이 굉장히 많이 내린 건 못 봤다”며 “엘니뇨로 인해서 남쪽에 강한 고기압이 받쳐주는 기압계 패턴이 형성되고, 북쪽의 찬 고기압은 잘 내려오지 못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우리나라로 저기압의 통로가 계속 만들어져 많은 비와 눈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것도 비의 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달궈진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내뿜다 보니 마치 여름 장마철처럼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다.
봄철에도 겨울철 같은 따뜻하고 습한 기후 패턴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봄철 기상 전망’에서 3월과 4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예측했다. 5월에는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강수량 역시 3월과 4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고, 5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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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에도 전국 요란한 비·눈 예고
2일 강원 인제에 위치한 백담사 경내가 최근 내린 눈으로 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인제군 제공
2일 강원 인제에 위치한 백담사 경내가 최근 내린 눈으로 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인제군 제공
봄의 첫 절기이자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인 5일에도 전국적으로 요란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늦은 오후부터 제주도, 밤부터 전라권과 경남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5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주 20~60㎜, 남해안 10~30㎜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집중되겠고, 수도권은 5㎜ 안팎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눈이 쌓인 강원 산지에는 3~8㎝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부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비가 내려 얼었던 땅이 녹고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출과 산사태, 주택가 주변 축대나 옹벽 붕괴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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