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 연세대 의과대학의 한 강의실엔 학생 16명만 출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정원 대비 40% 정도만 수업에 나왔다고 한다. 의대증원 반대에 나선 의대생 집단행동 여파로 앞에서 3줄만 학생들로 가득 찼고, 뒷줄은 텅텅 비었다. 의대 건물 복도에도 지나다니는 2~3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학생보단 교수·연구원·직원이 많을 정도다. 2024년도 1학기 개강 첫날 신입생을 포함해 수백여명의 학생들로 북적인 공과대학 분위기와는 대조됐다.
4일 오전 11시 연세대 의과대학 건물은 한산했다. 한 예과의 강의실엔 앞에서 3줄만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16명이었다. 이찬규 기자
4일 오전 11시 연세대 의과대학 건물은 한산했다. 한 예과의 강의실엔 앞에서 3줄만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16명이었다. 이찬규 기자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휴학에 들어간 첫날 전국의 의대는 한산했다. 학교에 나온 의대생조차 여론을 의식한 듯 집단휴학에 참여한 동료에 관한 언급을 꺼렸다. 다만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휴학 철회를 고민하는 동기가 늘었다” “정부가 더더욱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휴학이 줄지 않을 것이다” 등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한 학생은 “동맹휴학하자는 분위기에서 족보를 물려받는데 제한이 생길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교육부는 이날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3일 기준 5387명(전체 28.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절차나 요건을 갖추지 않은 휴학계는 통계 집계에서 제외한 탓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기준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1만3000여명(72.8%)에 달했다.
전국 의대 4분의 3가량이 학생들의 집단 휴학 및 수업거부에 따라 아예 개강을 연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의대 40곳 중 29곳이 학사일정을 연기했다. 일부 의대는 본과생 실습 등의 이유로 통상 2월 중순이 개강하던 곳도 있어 대부분 2~3주 개강 일정을 연기했다. 중앙대(8일), 충남대(15일), 건양대‧충북대(25일) 등이 연기된 개강 날짜를 못 박았다. 2월 중순→이달 4일→다시 25일로 두 차례 개강을 미룬 가천대는 서신을 통해 “수업 결손 등으로 예견되는 유급 등의 불이익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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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상 개강한 대학은 연세대, 연세대 미래캠, 인하대, 을지대 등 4곳뿐이었다. 나머지 서울대‧아주대 등 7곳은 “예민한 사항”이라며 학사일정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대다수 의대가 학사일정 연기를 결정한 것은 소속 학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에서는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한다. 의대생은 한 과목에서라도 F학점을 받으면 1년 유급 처리된다.
지난달 중순 개강에서 이달 4일과 25일로 두 차례 개강을 미룬 가천대는 서신을 통해 “수업 결손 등으로 예견되는 유급 등의 불이익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지난달 중순 개강에서 이달 4일과 25일로 두 차례 개강을 미룬 가천대는 서신을 통해 “수업 결손 등으로 예견되는 유급 등의 불이익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연기를 결정한 의대 상당수는 정확한 개강 날짜를 잡지 못했다. 고려대, 울산대, 성균관대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는 “일단 이번 주까지 휴강하기로 했다”면서도 “다음 주에 수업이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1학년부터 6학년(본과 4학년) 모두 수업이 잠정 연기됐다”며 “개강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처럼 예과·본과 구분 없이 전학년 수업을 연기한 곳도 있지만, 경희대·순천향대 등은 본과만 개강을 연기하고 예과 1, 2학년은 예정대로 학기를 진행했다. 1학년의 경우엔 휴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대는 1·2학년 의대생들의 교양과목 수업이 열렸지만, 전공과목 수업은 11일부터 재개한다. 다만 본과 3, 4학년 전공과목은 정상 진행 중이다. 강원대 관계자는 “신입생을 제외한 의대생 234명 중 223명이 휴학계를 낸 상황이라 전공 수업 일정을 연기했다”며 “의사 국가고시를 앞둔 학생들이 휴학계를 냈지만, 시험 준비를 위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학사 일정에 차질이 없는 대학도 집단 유급은 고민거리다.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는 “학사일정상 이번 달 말까지 구제가 가능하다”면서도 “학생들의 학업 복귀에 따라 어떻게 될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찬규·이아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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