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펜이 해결사?… 헝가리 "스웨덴 나토 가입 찬성"

결국 관건은 첨단 전투기였다. 헝가리가 스웨덴산 그리펜(Gripen) 전투기를 도입하는 대가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찬성하고 나섰다. 앞서 튀르키예가 미국산 F-16 전투기 도입을 보장받은 뒤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한 것과 판박이다.

 

스웨덴이 독자 기술로 만든 4세대 전투기 그리펜(Gripen). 뛰어난 성능과 상대적으로 싼 가격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무기 시장에서 명성이 높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해 싸우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간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소극적, 심지어 부정적 입장을 취해 온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발언이다. 헝가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한 뒤 거의 19개월가량 관련 비준안 처리를 미뤄왔다. 이는 러시아에 맞서 나토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길 원하는 다른 회원국들을 분노케 했다.

 

헝가리 정부, 특히 오르반 총리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스웨덴이 자랑하는 전투기 그리펜이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스웨덴의 세계적 항공기 생산업체 사브(SAAB)가 제작한 그리펜은 4세대 전투기로 최고 속도가 마하 2, 최대 이륙 중량은 16t에 달한다. 기체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이 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장점이다. 주무장으로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며 네트워크 전술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 해 전에는 브라질 공군이 그리펜 36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무기 시장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번에 스웨덴은 그리펜 전투기 4대를 헝가리 공군에 제공하기로 했다. 헝가리는 이미 그리펜 전투기 14대를 운용 중인데 추가로 도입해 공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사브가 헝가리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웨덴이 안긴 선물 보따리가 오르반 총리를 활짝 웃음짓게 만든 셈이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성 회원국 전부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나토 회원국 31개국 중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헝가리 하나뿐이다. 헝가리 의회는 오는 26일 의회 본회의를 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나토 회원국은 32개국으로 늘어난다.

 

2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에 헝가리가 취한 전략은 철저히 튀르키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튀르키예 역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 처리를 최대한 늦추며 물밑에서 나토 최대 주주인 미국과 협상을 벌였다. 공군력 강화를 원하는 튀르키예는 미국산 F-16 전투기 최신 개량형을 들여오고 싶어한다. 그런데 미 의회 의원 일부가 튀르키예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 등 인권 침해 의혹을 들어 전투기 판매에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타협이 이뤄져 미국은 튀르키예에 F-16 40대를 판매하기로 했다. 그 직후인 1월24일 튀르키예 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통과 이튿날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공식 비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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