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의 프레임을 ‘윤석열정권 심판’으로 짜고 싶어하는 듯하다. 추미애 전 의원을 ‘심판 프레임’을 끌고갈 맹장중 한명으로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서울 동작을에서 국민의힘 후보인 나경원과 맞붙게 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추 전 의원은 윤정권 심판 이전에 ‘문재인 정권 심판’에서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과시하고 있다. ‘윤정권 출범에 책임있는 자는 공천배제해야 한다’ 는 주장을 처음 들고 나온 것이 그다. 문재인의 사람인 임종석, 노영민 등이 공천탈락 위기에 몰렸고 지금 민주당은 비명(非明)들이 지르는 비명 때문에 몹시 시끄럽다. 친명 진영은 추미애를 ‘꿩 잡는 매’로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먼저 친문을 잡고, 그 다음 윤석열 정권을 잡게 한다.’
이런 생각이 퍼뜩 든다. ‘새 대가리인가?’ 추미애와 더불어 무언가 크고 역사적이고 거룩한 일을 도모하려는 발상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추미애가 누구인가. 그는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지금 야당 진영의 산통을 여러번 깼던 사람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노무현 탄핵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중 한명이고 ‘드루킹 특검’의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촉망받던 차세대주자 김경수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았다. 추 전 의원 본인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문재인 청와대를 ‘웬수’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 전 의원 본인이 법무부장관으로서 행한 무수한 ‘본헤드 플레이’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권주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것은 꽤나 흥미로운 현상이다. 인간은 대개는 자기애적인 존재인데 세상에는 특히 큰 자기애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추 전 의원 본인이 거듭된 실패, 혹은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전의를 불사르는 것은 이상할 것이 조금도 없다. 추미애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그의 실패를 지켜보면서 ‘X맨’이라 야유하고 징글징글해했던 민주당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그녀를 ‘추다르크’ 로 띄우는 심리는 좀 이상하다. 일말의 불길함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다. 추미애가 ‘매잡는 매’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다시 그녀의 꿩사냥 실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미애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민주당이 이상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와 여러번 싸우고 여러번 화해하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보면서 나는 그를 거대자아의 나르시시스트로 생각하게 됐다. 그 나르시시즘의 오디세이가 어떤 항로를 거쳐 어떤 항구에서 종착할지 관심있게 지켜봐 왔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종착할 항구가 없다.
이준석이 이낙연 전 총리를 합당 열흘만에 쫓아내는 국면에서 ‘어차피 안될 조합’이라는 해설이 주를 이뤘다. 누가 봐도 안될 조합인 것은 분명했다. 이낙연씨는 갈증을 참지 못하고 바닷물을 들이킨 셈인데 그가 왜 그 좋은 커리어에 걸맞은 정치적 몸집을 갖지 못하는지 알게 되는 장면이었다.
또 새삼 확인하게 된 사실은 사람은 변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짧지 않은 정치인생에서 누구와 손잡고 연대한 것은 이낙연이 거의 처음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열흘을 못 갔다. 이준석은 누구와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가꾸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적정선에서 일단락짓는 성격도 못된다. 그는 갈등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갈등으로 내부연소를 일으켜 동력을 얻는다. 문제는 뒤에 남는 것이 한줌 재라는 것이다.
대선 국면이었던 2021년 연말 그는 대선운동 주도권을 놓고 윤석열 후보측과 갈등하다 잠행에 들어갔다. 윤 후보측이 그런 그를 달래 그해 12월3일 울산 불고기집으로 불러냈다. 이튿날 신문에는 화합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는 이준석의 사진이 나갔다. 그러나 불과 3주후 이준석은 선대위를 뛰쳐나갔다. 이번에도 윤 후보측과 감정대립이 이유였다. 그 후로 다시 한번 화해가 있었지만 나르시시스트로서 이준석 이미지는 완전히 대중에 각인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지난해 연말 탈당할때까지 1년 반 넘게 이준석은 주변과 갈등하고 징징대고 툭하면 눈물을 보였다. 이준석의 모든 갈등과 대립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 중에는 이준석 말이 더 옳아 보이는 경우도 한번은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준석은 본인이 옳든, 그르든 늘 그런 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를 자아 투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상대보다 내가 더 잘난 존재가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한다. 그의 행태를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이런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나 잘났자나? 맞지? 맞지? 맞지?’
정치를 하기에 나르시시스트만큼 부적합한 사람은 없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직업이고 상대의 적의를 녹아내리게 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들의 수준 편차는 매우 크지만 거의 공통적인 특성중 하나는 직접 만나보면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거대 자아나 나르시시스트는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한다.
추미애나 이준석이나 재주는 있는 사람들이다. 찾아보면 그 재주를 발휘할 영역이 정치 말고도 있을 것이다. 추미애야 그렇다 치고 젊은 이준석은 특히 그렇다. 정치판의 부정적 소품으로, ‘추미애스러움’과 ‘이준석스러움’의 원저작권자로 남아 있으면 본인 인생은 둘째치고 한국 정치의 소음 데시벨이 너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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