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의 600만명 관객 돌파를 자축하는 주연배우 최민식과 김고은이 축하메시지를 들고 있다. 쇼박스 제공
‘파묘’가 숨가쁜 속도로 흥행 질주하면서 코로나 이후 달라진 극장가의 새로운 흥행공식을 쓰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상영 11일차인 3일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극한직업’과 같은 속도다.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최종 스코어 1600만명을 넘겼다.
‘파묘’는 ‘서울의 봄’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흥행 전략을 보여준다.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전보다 신중해지고 그에 따라 입소문의 힘이 커지는 흐름에서 재미를 넘어 이야깃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울의 봄’은 많은 이들이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으로만 알고 있던 12·12사태의 전말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당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영화와 당시 실제 상황을 비교하며 등장 인물들의 뒷이야기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엔(n)차 관람의 불쏘시개가 됐다.
‘파묘’는 ‘서울의 봄’보다 더 많은 층위의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우선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만든 오컬트 전문 장재현 감독의 작품답게 무속신앙에 대한 지식이 빼곡하다. 한 예로 장재현 감독은 “파묘 전 ‘대살굿’을 할 때 무당 화림을 연기하는 김고은이 얼굴에 피를 묻히고, 칼로 몸을 긋고, 말의 피를 마시는 장면 등에서 화면 연출보다 그 의미를 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직접 알려주지는 않지만 보여주는 행위들에 대해 관객들이 그 뜻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 들이나 화면에 스쳐 가듯 지나는 장면 찾아내기도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엔차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차 번호가 삼일절(0301), 광복절(0815)이라거나 악귀와 싸우는 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차용한 것, 친일파의 후손 박지용(김재철)이 악귀에 빙의해 일본에 충성맹세를 할 때 유리창에 슬쩍 비치는 조선총독부 건물이나, 파묫자리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뱀이 머리는 여자고 몸은 뱀인 일본 요괴 ‘누레온나’를 형상화한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파묘’를 제작·투자 배급한 쇼박스의 조수빈 홍보팀장은 “영화 속 많은 트리비아(사소한 정보)들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계속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면서 관객들이 커뮤니티 등에서 몰랐던 의미나 놓쳤던 부분들을 확인하는 관람 후 소통이 입소문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흥행 요인을 짚었다.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영화 후반부에 대한 논쟁도 관심을 자극했다. ‘파묘’는 이야기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귀신(도깨비)의 실체나, 민족주의적 메시지에 대한 평가가 전문가와 관객들 사이에서 모두 홍해 바다 갈리듯 양분됐다. 영화 언어적 분석을 통해 영화의 후반부에 대한 호평이나 비판을 담은 비평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서 장르 영화가 ‘국뽕’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돼 유감이라는 비판과, 이 정도를 ‘국뽕’으로 몰아가는 건 무리라고 영화를 지지하는 편이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서울의 봄’처럼 우익인사들이 제기한 ‘좌파’ 영화 논란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도리어 자극했다.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낳았다. ‘건국전쟁’을 호의적으로 본 관객들마저 김 감독의 반응이 ‘지나치다’라고 지적하며 커뮤니티에서 한마디씩 보태자 이게 다시 입소문을 낳으면서 영화에 대한 흥미를 불 지핀 것이다.
천만 관객 예약을 한 ‘파묘’의 최종 관객 수가 ‘서울의 봄’ 1300만명을 넘어설지 관심사다. 지난 28일 개봉한 ‘듄:파트2’는 이미 ‘파묘’의 기세에 밀렸고 이달 27일 손석구, 김성철, 홍경 주연의 ‘댓글부대’가 개봉할 때까지 이렇다 할 기대작은 없는 상태다.
김은형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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