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타고 밥 짓는 공효진 엄마 "어디든 부르면 달려가고 싶어요"

트럭 타고 밥 짓는 공효진 엄마 “어디든 부르면 달려가고 싶어요”

‘사랑의 밥차’ 봉사 중인 김옥란(왼쪽) 이사장과 딸 공효진씨. 사랑의 밥차 제공

배우 공효진의 엄마 김옥란(67)씨가 올해로 20년째 ‘사랑의 밥차’에서 밥을 짓고 있다. 매주 홀몸노인과 결식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밥을 지어 나른다. 지난해 4월부터는 단체 이사장을 맡으면서 더 분주해졌다. 사랑의 밥차는 1998년 요리사 채성태씨가 취약계층 무료 급식을 위해 꾸린 비영리 봉사 단체로 정부 지원 없이 민간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26년 째 매주 취약계층을 방문해 수백명에게 점심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로 후원이 급감하면서 밥차 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2004년 채성태씨와의 인연으로 봉사를 시작한 김 이사장은 지난 21일 본보와 만나 “경제적 부담 없이 언제든 달려가 따뜻한 밥 한 끼 만들어주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고 사정을 전했다.

고물가에도 한우 갈비탕·삼계탕 등 보양식

김옥란 ‘사랑의 밥차’ 이사장이 21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밥차는 거의 매주 출동한다. 전국에서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등 재해 발생 때도 달려가 급식 봉사를 했다. 코로나19 때는 도시락을 배달했다. 김 이사장은 “봉사자와 밥차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며 “밥차를 배에 싣고 1박 2일로 제주를 다녀온 적도 있다”고 했다. 봉사자들은 사비를 들여 경비를 충당했다.

봉사자들은 3.5톤 트럭을 개조해 이동식 주방으로 만든 밥차에서 하루 전부터 급식을 준비한다. 전날 장을 보고 재료를 준비한다. 봉사 당일 오전 7시부터 모여 반찬부터 밥과 국 등 수백 명분의 따뜻한 식사를 준비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우와 유기농 식자재를 쓴다.

급식 대상이 노년층이면 전복삼계탕, 갈비탕, 전복죽 등 보양식을 한다. 아이들에겐 돈가스와 카레가 인기 메뉴다. 상황에 따라 방어회나 랍스터를 낸 적도 있다. 1인분 기본 단가만 1만 원. 김 이사장은 “갓 만든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며 “물가 타격이 있지만 밥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항상 신선한 재료로 보양식을 만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후원 60% 급감

3.5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 밥차. 밥차는 운행한 지 20년이 넘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랑의 밥차 제공

밥차는 코로나19와 고물가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후원이 끊기고 봉사자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모금된 후원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봉사자들도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다수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 때 식사를 제공해야 할 곳은 정말 많았는데, 후원이 많이 끊기면서 재정이 어려워 찾아가지 못한 곳이 많았다”며 “여러 명이 모이기 어려워 봉사자 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밥상 물가도 치솟으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그는 “예전에는 100인 분을 준비했다면 지금 같은 비용으로 70~80인 분만 제공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인원수를 줄이거나 식사 질을 낮출 수 없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임원진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어 운영비를 메우는 형편이다.

20년간 운행한 유일한 밥차도 고장이 잦다. 김 이사장은 “밥차가 고장 나 배식 시간도 늦어지고 급식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얼마 전 밥차 배터리가 방전돼 갈비탕 고기가 질겨지고, 밥이 설익었다”고 속상해했다. 사정상 차량 교체 비용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 계속 나누고 싶어”

김옥란 ‘사랑의 밥차’ 이사장이 21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하지만 김 이사장은 밥차가 멈추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가는 걸 보면 매번 뭉클하고 뿌듯하다”며 “제 손을 잡아주면서 정말 맛있었다고,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힘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봉사를 멈출 수가 없고, 더 자주 봬야 한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주저없이 밥 한 끼 나누는 일. 그의 단 한 가지 바람이다. 김 이사장은 “필요한 이들에게 언제든 달려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회에는 따뜻한 밥 한 끼 간절한 이들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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