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중국 리오프닝에도 외국인 떠나…현지인, 외국인에 태도 변화”
중국 상하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3년간의 혹독한 ‘제로 코로나’를 견뎌낸 외국인마저 떠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 중국이 연일 안보를 강조하면서 현지인 사이에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 심지어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고 비자 발급이나 현지 체류 등 전반적인 환경이 더욱 엄격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 우한의 한 국제학교 체육 교사인 영국인 소피 레딩(30)은 여러 요인이 지난달 영국으로 돌아가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한에 함께 살았던 그의 파트너는 비자 문제를 겪었고, 그도 한때 고향이라 여겼던 우한이 점점 더 자신을 환영하지 않음을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SCMP에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내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와 함께 타지 않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디디(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는 도착해서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승차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러한 일들은 자신이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우한과 중국 전역에 친구가 많고,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오래 산 이유지만 그 모든 이방인 취급 대화와 교류가 나를 지치게 했다”며 “그것은 중국에 사는 모든 장점을 덮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중국을 떠난 영국인 번역가 제임스 캠피언은 중국인 사이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됐으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중국 현지인과) 대화하는 게 쉽지 않았고 일부 현지인으로부터 미묘한 망설임이 감지됐는데 아마도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아군’이자 비슷한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 출신자마저 중국에서 사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서 상하이로 와 13년을 거주한 60대 예술 교사 M씨는 또다시 도시가 봉쇄되는 것이 두려워 지난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SCMP에 “나는 중국인을 좋아하고 중국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중국과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러시아에서 자라났다. 우리는 여러 가지 유사점이 있고 나는 그들(중국인)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22년 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상하이가 갑자기 봉쇄됐던 것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떠날 결심을 했다며 “같은 방식으로 다시 갇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의 자료를 인용,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1월까지 10년간 상하이 거주 외국인 수는 20% 이상 감소한 16만4천명이며 베이징 거주 외국인 수는 40% 감소한 6만3천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최신 자료이지만 이후 2년 더 이어진 엄격한 팬데믹 통제로 더 많은 외국인이 떠났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전 회장이자 미국 법률사무소 퍼킨스 코이 LLP의 파트너 제임스 짐머만은 SCMP에 중국 경제 부진, 준법 위험, 지정학적 긴장이 기업들을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잠재적으로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외국 비즈니스는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중국에 남을지 확장할지를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리오프닝과 함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더 큰 틀의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금 감면이나 우대 조치로는 외국 투자자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수도 2021년 25만5천720명으로 20% 이상 줄었다. 특히 미국인 유학생 수는 2018∼2019학년도 1만1천639명에서 2021∼2022학년도 221명으로 급감했다.
다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회원국 출신 유학생은 증가세로 현재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고 관영 광명일보가 보도했다.
상하이의 한 비자 상담사는 SCMP에 “안보에 대한 우려로 중국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환경과 심사 과정이 엄격해졌다”면서도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중국 비자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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