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피 났는데 소주병이 없다…고심 끝 법원 결론은[사건의재구성]

피해자 “소주병으로 가격 당해”…현장에 흔적 없어재판부 “진술 뒷받침 증거 없어…범행 인정 어렵다”

이마에 피 났는데 소주병이 없다…고심 끝 법원 결론은[사건의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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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같은 건물에서 다 같이 장사하는데 내가 먼저 인사해야 해? 참치까지 시켰는데 서비스도 좀 주든가.”

참치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 씨(58·남)는 지난해 2월 새벽 자신의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A 씨(63·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박 씨가 같은 건물 5층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 씨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친 것도 A 씨의 핀잔에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가게에는 두 사람 말고 아무도 없었다.

A 씨는 피가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밖으로 나갔다. 가게 출입문 모서리와 길가에 A 씨의 뚝뚝 떨어졌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박 씨는 “A 씨가 밖으로 나가다 식당 출입문 손잡이에 이마를 찧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박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주병이라는 흉기, 곳곳에 남은 혈흔, 가게 문 앞 폐쇄회로(CC)TV까지 증거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왜일까.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한다.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의심이 가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박 씨가 A 씨 이마를 내리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소주병의 불명확한 위치’였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박 씨가 식당 주방 앞 테이블에 있는 소주병을 집어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소주병이 A 씨가 말한 테이블 옆에라도 있어야 하나 그 시각 가게에 드나든 손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다른 진술에서 ‘테이블이 다 치워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두 번째 이유는 ‘소주병의 흔적’이었다. 피고인의 소주병 공격이 사실이라면 소주병 조각이라도 발견돼야 하나 경찰의 현장 감식에서조차 아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CCTV 영상을 보면 범행 시간 가게를 드나든 사람이 없어 소주병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며 “식당 어디에서도 소주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주병의 행방이 불분명해 유죄를 확신할 수 없었던 재판부는 결국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우영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며 “흉기로 사용할 법한 소주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진술이 아무리 일관되더라도 범행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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