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부터 죽어나간다"…전쟁 장기화에 이스라엘 징병제 딜레마

이스라엘군 전사자 최소 560명…1980년대 이후 최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수도 3만3천명선 넘어서

가자지구 진입에 앞서 기도를 올리는 이스라엘군 병사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7개월째에 접어들고 이스라엘군 소속으로 전쟁터에서 숨지는 젊은층이 급증하면서 이스라엘 사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이 벌어진 이후 현재까지 사망한 이스라엘군 병사의 수는 500명이 훌쩍 넘는다.

하마스의 기습 당시 사망한 수만 300여명이고, 하마스 말살을 목표로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같은달 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발생한 전사자 수도 최소 260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18세가 되면 징병돼 군 복무를 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숨진 군인 대부분은 30살 미만의 나이였고 이중 상당수는 18세의 신병이었다.

WSJ은 “전쟁이 이스라엘 젊은 세대를 뒤흔들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전까지만 해도 부모 세대가 겪어온 폭력과 실존적 공포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을 겪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수백명대의 대규모 전사자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현지 시민운동단체 이스라엘 호프쉬트의 우리 케이다르(39) 대표는 “이건 한 세대를 바꿔놓는 상황이다. 매일 사람이 죽어간다”면서 자신이 다닌 고교에서만 10명이 넘는 졸업생이 전사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경계 근방에서 들것을 펴 살피는 이스라엘군 병사들

이스라엘은 인구가 930만명으로 많지 않은 편인 까닭에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지인이 숨지거나 다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중부의 도시 라아나나에 있는 모르 메트로웨스트 고교에서는 졸업생 7명이 전사했으며, 군인 신분인 여성 졸업생 한 명은 가자지구로 납치돼 인질이 됐다.

7차례 장례식에 모두 참석했다는 이 학교 전직 교장 암논 바르 나탄은 “이건 내게 개인적으로 매우, 매우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유대교를 믿지 않는 이스라엘내 소수민족 젊은이들도 이런 실정은 매한가지다.

베두인계 이스라엘인인 카이드 아부 라티프는 “이 젊은이들은 목숨이라는 대가를 치렀다”면서 “이건 다시 닫힐 수 없는 구멍이 생긴 것과 같고 끝나지 않는 고통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형제 아흐마드 아부 라티프는 지난 1월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쏜 로켓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아내와 1살 된 딸을 남겨두고 목숨을 잃었다. 카이드는 “아흐마드는 자신이 무슬림인 것을, 베두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상처를 입은 건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0일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3만3천48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에서 하마스 등에 속한 무장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엔 등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하마스와 무관한 여성과 미성년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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