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계파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포용과 통합할 노력을 해야지, (반대파를) 척살 대상으로 보나.”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들끓고 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면서 화살이 이재명 대표를 겨누고 있다. 급기야 전직 총리들까지 가세해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이재명 성토장’이었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현역의원 평가와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작심하고 목소리를 높인 의원만 15명에 달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공천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하위 20%’라고 통보받은 의원들이 릴레이 ‘커밍아웃’을 하며 앞장섰다. 이날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송갑석(재선·광주 서갑)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의원이 당의 평가를 문제 삼았다. 앞서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시중원) 의원까지 포함하면 하위 평가자 31명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의원은 벌써 6명째다.
동시에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를 향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비명계 현역의원을 배제하려는 이 대표와 측근들의 사전작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당 지도부를 지목하며 소리를 치고 눈물을 보였다. 홍영표 의원은 “난장판 공천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면서 “개인을 위한 ‘사천’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공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의원은 의총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 가죽과 살을 베어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이참에 정치적 비판세력과 잠재적 라이벌을 마구 베면서 ‘고통’ 운운하면 안 된다”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반면 이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도중에 자리를 뜨며 책임을 회피하자, 의원들은 “어디를 나가느냐”며 고성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서울 출신 재선의원은 “이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은 “당무보고를 받느라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격앙되자 홍익표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은 △재심 신청 시 공천관리위원장의 평가과정 설명 △비공개 여론조사 사실 관계 파악 △문제의 여론조사기관 제외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 재선의원은 “단순 공개는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공천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지도부 설명에 납득하지 못할 경우 더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특단의 조치로 혼란을 수습하지 않는다면 유세 지원을 포함해 총선과정에서 빠지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정필모 의원도 이날 밤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3시간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유령 여론조사’를 두고 당내 반발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탐탁지 않은 반응이 많다.
이 대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당대표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친문재인(친문)계 박영순 의원은 “이 대표가 사표 내고 공천 관련 책임자들도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친명계 의원은 “공천은 국민의힘이 훨씬 심각하다”면서 “공천에 불만을 가진 의원은 전체의 10%도 채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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