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선크림 바르고 바다 들어갔더니… 하얗게 죽었다
“나는 결코 산호초를 멸종시킨 세대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I just don’t want to be part of the generation that says, ‘we lost the coral reefs’.”
영국 해양학자 엠마 캠프가 한 말이다. 실제로 산호초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부를 지키기 위해 흔히 바르는 선크림이 산호초를 하얗게 말려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1] 미국 하와이주는 산호초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된 화학물질인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2021년에 제한했다.[2] 앞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는 2020년 선크림 규제를 시작했다.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물리적 차단제, 화학적 차단제로 분류되고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화학적 차단제의 원료로 쓰인다. 화학적 차단제는 화학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변환, 발산하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백탁 현상이 비교적 적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3] 백탁 현상이란,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 중 자외선을 산란하는 성분이 피부 속에 스며들지 않고 피부 밖에 막을 형성하며 피부가 허옇게 떠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인간이 사용한 자외선 차단제가 몸에서 씻겨 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태계를 교란한다.
옥시벤존 등 화학성분은 햇빛을 받았을 때 사람 피부는 보호하지만, 산호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옥시벤존이 산호의 대사과정에서 독성 감광제로 전환되어 직접적으로 산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다른 자외선 차단제 성분들도 산호초에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차단제 대부분 성분이 옥시벤존과 화학적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4]
산호초의 가치
산호초는 성장과 생식을 거듭하는 생물로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해안선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5]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은 전체 해저 면적의 0.2% 미만이지만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산호초는 100개 이상의 국가, 5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량, 생계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산호초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2조 7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산호충의 폴립 속에 서식하는 편모조류(갈충조)와 같은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산호초 1㎡당 1500~3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에 바닷속 열대우림이라고도 불린다.[6]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이 급감했다. 하와이와 호주의 대보초(大堡礁, Great Barrier Reef)에서는 40%, 카리브해에서는 85%, 플로리다키스 제도에서는 99%가 감소했다. 하와이주에서 산호초를 파괴하는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2019년에 매년 6월 1일을 ‘세계 산호초의 날(World Reef Awareness Day)’로 제정하여 소비자, 기업체, 정부 기관들이 산호초의 민감한 생태계를 보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7]
산호초의 위기
2022년 1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유네스코(UNESCO)가 공동으로 발표한 ‘대보초 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대보초는 기후위기로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대보초는 호주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길이가 2300km에 이르러 우주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이다. 한반도 길이 두 배에 해당하는 산호초 군락에 수천 종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1981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앞서 두 단체는 호주 대보초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인지 논의에 착수했다. 유네스코는 무분별한 개발이나 전쟁·자연재해·기상 이변 등으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하고 특별관리한다. 유산을 복원하는 것을 지원하고 보존 상태가 나아지면 목록에서 해제한다. 현재 등재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56개다.[8]
두 단체가 2022년 3월 호주 대보초를 방문하여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대보초가) 위험해 처해 있다”고 지적했으나, 호주 정부는 즉각 “호주가 전 세계에서 산호초를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나라”라며 반발했다. 호주는 기후위기 억제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자망사용 제재, 비료사용 제한, 댐 건설계획 철회, 탄광 개발 금지 등을 시행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9]
산호초가 직면한 문제-해수면 온도 상승
그러나 호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호초는 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산호초 연구자들이 밝힌 산호초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해수면 온도 상승, 해양 산성화, 열대성 폭풍, 토지이용압력, 인구 압력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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