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단체 관광객 특수요?"…씁쓸한 면세업계

‘하루 800명 방문’ 롯데면세점 제주, 회복세 더뎌”유커 효과 미미…중국발 항공 노선 확대가 관건”

롯데면세점 제주점 내부 모습.ⓒ 뉴스1/김진희 기자.

“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수요? 글쎄요…”

10일 찾은 제주 시내 면세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에는 낮 시간대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장별로 서너명씩 방문해 구매를 하고 있었다.

최근 롯데면세점 제주점에는 하루 700~800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얼마전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중국발 크루즈가 들어오는 날은 하루 1000여명 가량이 방문한다.

그럼에도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코로나 이전(8000명) 수준으로 사업 정상화가 시급하지만 회복세가 더뎌서다.

총 4층 규모의 면세점은 코로나 기간 주요 브랜드들이 대거 이탈했다. 현재 70% 정도만 회복된 상태다. 실제 이날 면세점을 찾았을 때도 매장 곳곳이 비어 있었다.

통상적으로 명품을 비롯한 대형 브랜드들이 1층에 위치해 있지만 롯데면세점 제주점에는 일반 패션 브랜드가 들어서 있었다. 이마저도 비어있던 매장을 다른 브랜드로 채운 상황이다. 한 켠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요가 높은 상품들을 모아놓은 공간도 조성돼 있었다.

롯데면세점 제주 내부 모습.ⓒ 뉴스1/김진희 기자.

◇”항공업계, 중국 주요 도시발 항공 노선 확대해야”

면세업계에서는 중국 단체 관광객 효과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크루즈 노선보다 상해, 북경 등 중국 주요 도시로부터 들어오는 비행기 노선이 코로나 이전 만큼 회복돼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중국발 노선이 100이었다면 현재는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2019년 우리나라 국제선 취항의 약 70%는 중국 노선이었다. 현재 대다수 노선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종전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에서 최근 싼커(중국 개별 관광객) 위주로 구매 고객 대상이 바뀌고, 객단가가 낮아진 것도 면세점 매출 감소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손인 따이공들이 단가가 높은 브랜드 제품을 ‘싹쓸이’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합리적인 외국인 소비층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개별 관광객이 다수로, 주로 단가가 낮은 중소기업 인디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해 간다고 한다. 인디 화장품 브랜드 체이싱래빗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관광객은 구매력이 거의 없다”며 “중국 중에서도 일선 도시와 교류할 수 있는 항공 노선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중국 국적의 크루즈 ‘블루드림스타호(Blue Dream Star·2만4782t)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제주도사진기자회)2023.8.3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中 하이난’ 등 면세업계 경쟁 치열…국내 규제 완화 필요”

국내 면세업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하이난과 같은 경쟁 업체에 주요 브랜드와 고객을 빼앗기지 않도록 국내 면세업계에 힘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0년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중국 정부의 완화 정책을 등에 업고 한국 면세점들을 제치고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에 올랐다.

인민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이난성 면세점의 총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늘어난 323억9600만위안(약 5조8306억원)이다. 이 가운데 면세 매출은 264억84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연간 쇼핑객 수는 34% 늘어난 516만6000명, 구매 건수는 5.8% 늘어난 2568만2300건으로 집계됐다.

제주도 지정면세점을 벤치마킹한 중국 하이난성은 내국인 면세점 도입 추진 등 각종 제도를 개선하면서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7월 면세쇼핑 완화 정책으로 구매 한도를 1인당 연간 3만위안(한화 575만원)에서 10만위안(한화 1917만원)으로 확대했다. 출국하지 않는 내·외국인 방문자 모두 면세쇼핑이 가능하게 했다.

면세품목도 38개에서 45개까지 늘리고 하이난을 방문한 중국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에도 180일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내국인 대상 면세 한도를 늘려주는 등 규제 완화에 힘써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면세 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여전히 면세 한도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면세업은 한국 관광의 마중물 산업인데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명품시장이 커진 현재 한시적으로 면세한도를 2000달러 이상으로 상향해 산업 정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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