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퀸' 박현경 "9번의 준우승 끝에 달콤한 결실…내년 '돌아온 메이저 퀸' 될래요"

‘서경퀸’ 박현경 ‘9번의 준우승 끝에 달콤한 결실…내년 ‘돌아온 메이저 퀸’ 될래요’

‘서경퀸’ 박현경 ‘9번의 준우승 끝에 달콤한 결실…내년 ‘돌아온 메이저 퀸’ 될래요’

필드 밖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은 독서를 즐긴다. 책을 펼친 뒤 와닿는 대목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어느 날 ‘오래도록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가는 법이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꽂혔다. 910일 만의 우승이 나온 제주로 떠나기 전날이었다. 지난달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으로 통산 4승에 성공하고 이달 시즌을 마친 박현경을 최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박현경은 KLPGA 투어 데뷔 2년 차인 2020시즌에 2승을 올렸다. 첫 승이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이었는데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또 우승했다. 40년 만의 대회 2연패였다. 이후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우승이 찾아왔다. 앞선 3승을 코로나19로 모두 무관중 경기에서 거뒀던 그는 올해 처음 갤러리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무엇보다 ‘준우승 사슬’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현경은 통산 3승 뒤 준우승만 아홉 번을 했다. 올 시즌에도 준우승 세 번으로 서서히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었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아홉 번째 준우승을 한 뒤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데뷔 동기 성유진에게 네 홀 차로 져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사실 그날 밤 살짝 울었어요. 잠이 안 올 정도였으니까. 나는 분명 우승이 있는 선수인데 준우승 전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언제쯤 나의 날이 올까’ ‘어디가 끝일까’ 고민했었죠.” 910일이라는 거리를 5승 때는 얼마만큼 좁히는 게 목표일까. 박현경은 “이번에 우승했으니 다음 우승도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 내년 상반기 안에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웃을 일이 하나 더 늘었다.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팬 투표로 뽑는 인기상을 수상한 것이다. 박현경은 ‘큐티풀(큐트+뷰티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인기 선수다. ‘박현경 굿즈’도 판매될 정도다. 큐티풀은 2020시즌을 앞두고 팬클럽 회원과 같이 만든 별명이자 약 3300명의 회원을 보유한 팬클럽 이름이다. 팬이 많은 게 때로는 부담이지 않으냐는 물음에 박현경은 “부담보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고 했다.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의 힘과 책임감을 주는 존재예요. 더 열심히 연습하고 관리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요. 보이지 않는 큰 힘인 거죠.” 버디할 때마다 팬클럽과 함께 일정액을 적립해 꾸준히 기부도 한다.

데뷔 첫 인기상에 대해 박현경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꼭 한 번 받고 싶었던 상이다.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2위를 했는데 이번에는 팬들이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사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딱 한 번만 인기상 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박현경이라는 선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바로잡고 싶은 것도 있지 않을까. 박현경은 ‘귀여운 척’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인터뷰 영상 같은 것을 보면 ‘일부러 혀 짧은 소리 낸다’ ‘귀여운 척한다’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런데 저 ‘척하는’ 거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혀가 진짜로 짧아서 발음이 안 좋은 건데 귀여운 척하는 것으로 전달되니까 좀 속상하죠. 발음이 안 좋아서 나중에 TV 해설 제의 같은 것도 안 들어올 걸요?”

박현경의 또 다른 별명은 ‘골프 바보’다. 그의 일상을 훤히 아는 가까운 동료들이 그렇게 부른다. “골프 말고는 잘하는 게 정말 없어서 붙여졌다”는 게 박현경의 설명이다. 친한 후배들은 ‘언니는 진짜 골프 말고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유행도 못 따라간다’고 놀린다고. 서울경제 골프먼슬리는 최근 KLPGA 투어 선수 51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설문을 진행했는데 박현경은 ‘필드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선수’ 부문에서 37%의 득표율로 1위를 했다. 옷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경기복은 후원하는 업체에서 지급하는 대로 입을 뿐이다.

지난해는 휴식기인 12월에 골프를 잊고 놀아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안 됐다. 박현경은 “지난해 골프한테 상처를 받았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펑펑 놀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데뷔 후 가장 길게 골프채를 안 잡은 것이 6일이다. 그 이상은 힘들다”고 했다.

올해 박현경 골프의 키워드와 내년 희망하는 키워드를 꼽아달라고 했다. 박현경은 “올해는 정말 ‘고진감래’가 딱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고생 끝에 결국 달콤한 결실을 봤잖아요. 내년은 ‘메이저 퀸’이요.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두 번 우승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메이저 대회를 우승해 ‘돌아온 메이저 퀸’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서울경제 클래식 사상 최초 2연패’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겠고요. 내년에 또 여기서 뵙도록 열심히, 그리고 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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