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봐도 동양인 뿐…여기 미국 맞아?” ‘한중일 삼국지’ 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2024]

“어딜 봐도 동양인 뿐…여기 미국 맞아?” ‘한중일 삼국지’ 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2024]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4의 가전 전시장 중심 전경. 김민지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민지 기자] “여기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무슨 코엑스 같아. 한중일 기업들이 정말 꽉 잡고 있네.”

지난 9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12일(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가전 기업들이 주로 배치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이스트홀은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의 ‘삼국지’와 다름 없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참가자들 대부분이 동양인일 정도로 동아시아 기업들의 위용이 돋보여,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한국 코엑스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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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의 LVCC 이스트홀 주요 전시 기업 및 국적. 김민지 기자

한국은 삼성-LG-SK를 필두로 로봇, 투명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업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은 TCL, 하이센스 등이 한국 기업들 바로 코앞에 부스를 차리며 대형 TV 신제품을 전시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중국에 뺏긴 가전 분야 보다는 VR기기, 새로운 폼팩터의 라이프스타일 가전 등을 내세웠다.

반면, 보쉬 등 유럽 및 북미 가전 기업들의 존재감은 약했다. 부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신제품도 없었다. 전시장 인파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AI 로봇·투명’으로 혁신 이끈 韓 기업들…독보적 위상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맞대결이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CES 대결 키워드는 ‘AI 로봇’과 ‘투명’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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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AI 컴패니언 ‘볼리’(왼쪽)· LG전자 AI 반려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양사 모두 AI 로봇을 이용해 집 안에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간 연결을 돕고, AI 허브로서 고객이 보다 쉽고 실질적으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 이상 추상적 형태의 기술이 아닌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AI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공 형태의 AI 로봇 ‘볼리’를 내세웠다. 삼성의 첫 생성형 AI 탑재 제품으로, 프로젝터 기능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뒀다. 세계 최초로 원·근접 투사가 모두 가능한 프로젝터를 탑재해 벽, 천장, 바닥 어디든 화면을 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타이젠 OS’를 탑재해 ‘삼성 TV 플러스’를 바탕으로 별도의 비용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내 출시 예정이며, 가격과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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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AI 가사도우미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군무를 추는 모습. 김민지 기자

LG전자는 이족보행 형태의 AI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관절이 달린 두 다리를 활용해 장애물을 넘고, 디스플레이에 표정이 표출되는 점 등이 포인트다. 연내 출시 후 내년 초 양산 예정이며, 가격의 경우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구독 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CES 2024의 LG전자 전시장에서는 에이전트가 군무를 추는 쇼가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관람객들은 에이전트의 여러 기능을 체험해보며 감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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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삼성전자 전시부스에 마련된 투명 마이크로LED 제품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TV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NQ8 AI 3세대’ 프로세서, LG전자는 올레드 전용 AI 엔진 ‘알파11 프로세서’를 내세우며 차세대 AI 프로세서 탑재를 기반으로 한 AI 기능 진화를 강조했다.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는 기싸움이 치열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투명 마이크로 LED 완제품을 전시해 화제가 됐다. 특히, 투명 OLED 보다 선명한 화질을 강조하며 은은하게 LG전자의 투명 OLED 제품을 겨냥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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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LG전자 전시관 전면에 배치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미디어아트. 김민지 기자

이에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투명 무선 OLED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선보이며 “LG만이 투명 OLED TV를 상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장 전면에 배치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한 인파로 매일 전시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CES 2024 공식 어워드 파트너인 엔가젯(Engadget)으로부터 TV 제품 중 유일하게 최고상(The Best of CES 2024)을 수상했다. 연내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미정이다.

“갈수록 비슷해져…” 삼성·LG 코앞서 전시장도 베낀 中 기업들

중국 가전 업체의 쌍두마차인 TCL와 하이센스는 예년보다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다. 특히, 전시장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세련돼져 한국 기업들 부스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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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TCL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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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이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 김민지 기자

TCL은 부스 입구에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다. TCL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마이크로 LED TV로, 삼성전자(최대 140인치)와 LG전자(136인치) 제품보다 더 크다. 더이상 가성비가 아닌 대형·프리미엄 시장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포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력 제품인 퀀텀닷(QD)-미니LED TV 12대로 폭포를 연출하기도 했다. TCL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115형 QD-미니LED를 선보여 ‘거거익선’을 강조했다.

하이센스는 1만니트(nit·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 밝기의 110형 미니 LED TV 신제품(110UX)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장 제품도 전시했는데, 하이센스 관계자는 “BMW, BYD(비야디)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범퍼 그릴, 에어컨·타이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을 넘어 전장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LG처럼 차세대 AI 프로세서도 전시했다. TCL은 주력 제품인 미니LED에 탑재되는 ‘AiPQ 울트라’를, 하이센스는 ‘8K 하이뷰 엔진X’를 전시하며 AI를 활용한 화질 향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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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하이센스 부스. 김민지 기자

TCL, 하이센스 부스를 둘러본 한국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한국이 하면, 우리도 한다’라는 기조인 것 같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스가 다소 촌스러웠는데, 상당히 세련되고 콘텐츠도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 옛날이여” 가전 힘 뺀 日 기업들, VR 등으로 눈 돌렸지만…

한때 전통 가전 기업으로 불리던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가상현실(VR), 게이밍, 지속가능분야 등 신시장으로 눈을 돌린 모양새였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TV, 가전 등을 대거 강조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가전에 힘을 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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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CES 2024’ 전시 부스 중앙에 마련한 VR 프로덕션 시연 현장. 김민지 기자

소니의 경우, 전시장 중심에 VR콘텐츠 제작 현장을 구현했다. 이미지 센싱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덕션 현장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 앞서 소니는 독일 지멘스와 함께 산업용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 중이라고도 밝혔다. 다른 한켠에는 게이밍 부스를 크게 마련해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전 기업이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의 부스 배치였다.

파나소닉은 제품과 플라스틱 재활용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웠다. 면도기, 드라이기 등 소형 가전과 함께 게임용 VR 기기 ‘메가넥스 슈퍼라이트’도 보였다. TV에서는 최대 77인치의 OLED TV 3가지를 전시했지만, 그다지 중요성을 두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전장에서는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와의 협업을 강조하며 2025년형 ‘QX80’에 들어가는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새 선반 스피커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전장-가전-VR’ 등을 골고루 배치했지만, 킬러 콘텐츠가 없어 중언부언하는 느낌이었다.

“어딜 봐도 동양인 뿐…여기 미국 맞아?” ‘한중일 삼국지’ 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2024]

소니의 ‘CES 2024’ 전시관. 상대적으로 관람객들이 적은 모습이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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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CES 2024’에서 공개한 VR 글래스. 김민지 기자

샤프는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LVCC 이스트홀 한 구석에 위치한 부스에는 유독 관람객들이 적었다. 샤프는 VR글래스를 전면에 배치했는데, 스키 고글을 연상케하는 디자인이었다. 애플 비전프로, 메타 퀘스트 등 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VR 글래스와 비교해도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이었다.

이번 CES에는 전세계에서 4000개 이상의 참관사와 최대 13만명의 참가자와 미디어가 참여해 AI, 지속가능성 및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분야의 혁신과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게리 샤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회장 겸 CEO는 “CES 2024를 통해 여러 참관사, 참가자, 미디어를 한데 모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CES는 비즈니스와 정책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B2B와 B2C연결을 구축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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