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부 담당’ 장학사들은 왜 고발 당했나

‘학교운동부 담당’ 장학사들은 왜 고발 당했나

게티이미지뱅크

“한달에 최소 100만~150만원을 지도자 인건비 등 학교운동부 운영비로 냈어요. 그런데 지도자 채용은 물론 운영관리까지 전부 학교장 권한입니다.”

중·고교 시절 야구부로 활동한 자녀를 둔 김아무개씨는 아이 뒷바라지하며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그는 “학교 운동부인데, 학교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것이 거의 없다. 운영 방식과 지도자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 학교에서 운동부를 없애지 않을까, 출전 기회 등에서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고 털어놨다.

학교운동부 지도자는 교육청 예산에서 보수를 받는 ‘전임코치’와 학부모 부담으로 보수를 받는 ‘일반코치’로 나뉜다. 재정 지원을 받는 비인기 종목은 전임코치를 두는 반면, 수요가 많은 인기 종목인 축구·야구 등은 일반코치가 지도를 맡는다. 이 때문에 일반코치의 근무 형태와 계약조건, 인건비 부담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예체능정의실천시민연합(예체련)이 서울교육청과 경기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 11곳의 학교운동부 관련 담당 교육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학교운동부는 정규 수업과정이 아닌데도 학교장이 학교운동부 지도자 채용과 근무 형태를 정하고, 학부모에게 이들의 강사료 등 운영비 일체를 부담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예체련은 “학교운동부 일반코치 선발 및 근로계약 등은 모두 학교장 권한인데, 이들의 인건비, 출장비, 4대 보험료, 차량운영비, 시간 외 수당 등을 모두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체련이 11개 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학교운동부 지도자 근로계약서를 분석해 보니, 일반코치 대부분이 정규 수업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출근해 저녁 8시까지 근무했다. 또 경기도 한 초등학교는 매주 토요일에도 근무한다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하기도 했다. 유승재 예체련 사무총장은 “학교운동부가 학부모의 요구로 개설된 방과후 활동 특기적성 프로그램 성격이라면, 강사료를 부담하는 학부모의 권리 행사를 교육청이 방해한 것”이라며 “이번 고발 건을 계기로 학교운동부에 대한 개념과 정의, 지도자 근무 형태 등 세부적인 운영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운동부 개설이나 운영 방식 등은 모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며, 운영 경비 역시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수익자인 학부모 부담으로 조달한 뒤 학교회계에 편입시켜 운영하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동부는 시합이나 훈련 등 정규수업으로 인정해주는 부분이 많고, 지도자 급여 등도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 수익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에는 여러 종목에 걸쳐 700개 학교운동부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임코치(교육청 예산) 500여명과 일반코치(수익자 부담) 370명이 계약을 맺고 근무 중이다.

이정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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