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참패 부른 '황·김 트라우마'?…與, 불출마 대신 재배치 집중

현역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이 다수 의원에게 지역구 조정을 권고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공천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불출마 선언이 잇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수 참패 부른 '황·김 트라우마'?…與, 불출마 대신 재배치 집중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현역 의원 가운데 15일까지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장제원, 김웅 의원 등 두 명밖에 없다. 영남권 재선인 김희국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인 이종성, 정경희, 윤주경, 김예지 의원 등 지역구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의원을 합쳐도 모두 7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추후 재공모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명시적 불출마로 보기 어렵다는 게 당내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 21대 총선 땐 달랐다. 당시 미래통합당(비례 위성정당 포함) 공천 과정에선 현역 의원 118명의 22.9%에 달하는 27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배제(컷오프)된 의원을 제외한 숫자다. 자발적 불출마도 있었지만 “당시 ‘현역 3분의 1 교체’를 공언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유ㆍ무형 압력이 상당했다”(당시 불출마 선언 인사)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터져 나왔다. 당시 공관위가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등 중량급 인사를 컷오프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이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각자 출마 지역에서 당선됐는데, 이 또한 보수 진영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수 참패 부른 '황·김 트라우마'?…與, 불출마 대신 재배치 집중

2020년 3월 22일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가 21대 총선에서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황 대표와 김형오 전 통합당 공관위원장이 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0년 3월 22일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가 21대 총선에서 강남갑 지역구에 출마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황 대표와 김형오 전 통합당 공관위원장이 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불출마 대신 지역구 조정을 권고하는 이유가 지난 총선 당시 공천 잡음에 따른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분이 공천의 잡음에 훨씬 더 실망을 느끼고, 그걸 표로 보여줬다”며 “명분 있게 이기려면 공천 과정에서 반목이 없어야 하고, 떨어지더라도 (탈락자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 직전 당 지도부는 PK(부산ㆍ경남) 5선 서병수, 3선 김태호ㆍ조해진 의원에게 각각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 경남 김해을로의 지역구 변경을 요청했는데 당사자 전원이 이를 수용하며 결국 관철됐다. 서울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용호 의원과 강남갑 현역인 태영호 의원도 당 지도부와 상의 끝에 각각 서대문갑, 구로을로 지역구를 옮겨 공천이 확정됐다. 당 지도부는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비롯해 일부 수도권 공천신청자의 지역구 조정도 검토 중이다.

 

보수 참패 부른 '황·김 트라우마'?…與, 불출마 대신 재배치 집중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7차 공관위 회의 단수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7차 공관위 회의 단수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 당시 김형오 위원장이 공천 작업을 주도하면서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은 것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공천 관련 브리핑을 주도하는 것도 당과 공관위가 엇박자를 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당 사무총장이 물밑에서 당 지도부와 공관위 사이 소통창구 역할을 하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교통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구 조정이 이뤄지며 잡음도 나온다. 김해을로 지역구를 옮긴 조해진 의원은 전날 지역당원들의 반발로 출마 기자회견을 열지 못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현역 의원과의 형평성을 위한 것”(장 사무총장)이라며 현역 의원에게만 적용했던 ‘하위 10% 컷오프’ 규정을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에게도 확대 적용하기로 의결했는데, 이를 두고 원외 위원장 출신의 영남지역 예비후보는 “낙하산 전략공천을 위한 것 아니냐”며 “공천 도중 룰 변경으로 ‘공천 시작 전 규칙을 확정했다’는 한동훈 위원장의 시스템 공천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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