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스테레오 음향 설비
본인 집에 설치하는 데 25년간 공들여
10대부터 매료돼 80대까지 인생 바쳐
‘최고 음향기기’ 만들었지만 6년만에 사망
켄 프리츠 씨와 그간 직접 제작한 음향 장비. [유투브 캡쳐]
미국의 한 클래식 애호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테레오 음향 설비를 자신의 집에 설치했던 사연을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보도에서 “80대 켄 프리츠는 자신의 집을 세계 최대의 하이파이 공간으로 만들어 오디오 애호가들의 로망을 실현했다”며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은 100만달러로 추산되지만 프리츠 씨 자녀들의 무급 노동까지 합하면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파이는 ‘하이피델리티(High Fidelity)’의 약자다. 인간의 가청영역대인 20 Hz – 20 kHz를 원음에 충실하게 왜곡 없이 재생하는 음향기기의 특성을 말한다.
프리츠 씨는 리치몬드의 노스 체스터필드 지역에 있는 자택에 세계 최대의 스테레오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년 간 노력해왔다. 1989년 작업에 착수한 그는 25년이 지난 2016년에야 리치몬드 자택에서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음향에 대한 프리츠 씨의 열정은 초등학교 때 시작됐다. 그가 다니던 밀워키 내의 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교실에 턴테이블(레코드플레이어 따위의 회전반)과 스피커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날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고 경탄했다”고 회고했다.
몇 년 후, 10대였던 프리츠 씨는 자신만의 녹음기를 구입하여 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하이파이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오디오 장비를 판매하는 가전제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당시 최신 인기 조립식 앰프를 49달러에 구입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유리섬유 주형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후 버지니아로 이주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유리섬유 회사를 설립, 70년대 중반에는 현재 살고 있는 리치몬드 자택으로 이사해 음향 장비 설치에 착수했다.
자택의 거실을 1650평방피트 규모의 리스닝 룸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WP는 “이 프로젝트는 빈의 콘서트홀 ‘무지크페라인’이 보여주는 마법과 같은 소리를 구현시켜줬다”고 전했다.
작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은 직접 만들었다. 집에서 직접 제작하는 시스템만이 원하는 오디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다만 그의 ‘광적’인 열정에는 가족들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음향설비 작업이 너무 바빠서 여행이나 휴가를 갈 수 없었다. 그의 열정에 공감할 수 없었던 첫 번째 아내와는 파경에 이르렀고, 두 아들들도 돌아섰다.
2016년 음향 장비 완공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란츠씨는 루게릭 병을 진단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작은 아들 스콧 프리츠 씨를 통해 58분 짜리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프리츠가 자신의 음반 진열대를 손을 더듬으며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음반을 고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이 유투브에서 약 190만회 조회됐다.
음악 애호가 커뮤니티에선 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그를 비난하는 이들은 “프리츠 씨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강박증 환자”라고 말한다.
반면 그의 열정을 높이사는 옹호 여론도 있다. 인기있는 오디오 애호가 유투버인 스티브 구텐버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24만 명의 구독자에게 공유하며 “그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수천 명의 댓글 중 하나는 “이 방은 열정과 영혼이 가득한 방이다”며 “프리츠 씨의 집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2022년 4월 21일 프리츠는 루게릭 병으로 사망했다. 그가 필생의 프로젝트를 마친 지 6년 만이었으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4년이 후였다. 그가 만든 스피커, 턴테이블 등 수십 가지 음향 장비들은 여러 구매자들에게 분할 판매됐다. 프리츠 씨가 백만 달러짜리라고 추산했던 그의 스테레오 시스템의 총 경매 가격은 15만6800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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