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2.20.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하위 20% 대상자에 비명계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이러다간 총선 폭망”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비명계가 공천에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다.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민주당 공천갈등이 격화하면서 중도층 민심이반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와 공청관리위원회는 수습에 나선 모습이지만 친명(친이재명)계의 밀실 공천 논란이 거세지며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20일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됐음을 통보받았다”면서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비명계인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받고 있는 이 굴욕적인 일을 통해 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지시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민주주의의 위기와 사당화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구당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정풍운동의 각오로 오늘의 이 과하지욕을 견디겠다”며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했다.
강북을이 지역구인 그는 친명계인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등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러다가 총선(승리)을 윤석열 대통령한테 데려다 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예비후보 경쟁력 조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자 전날에도 “원칙대로 공천과 경선이 진행돼야 한다”며 공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4선의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전날 “하위 20%에 속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모멸감을 느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김 부의장은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라며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의장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출마를 전제로 한 후보자 적합도 여론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야권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비명계 등의 지역구를 소수 정당에 넘겨줄 연대 지역구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는 ‘하위 20%’ 평가에 따른 당내 반발과 밀실 공천·사천(私薦) 논란 등에 대해 “공천은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직후 당내서 ‘사당화’ 비판이 나온다고 묻자 “지금 여러 논란들이 있는데 국민들께선 새로운 정치를 바라시고 또 공천 과정에서도 변화를 바라신다”며 “원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 언어가 가진 의미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그런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달라”며 “훌륭한 인물들로 우리 공천관리위원회가 잘 결정해 드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과 다르게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시스템”이라며 “아마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 평가 결과에 대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들에 대해 당연히 불평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하위 20% 명단이 보도된 데 대해서도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전날 TV조선은 민주당의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로 평가받은 31명 중 28명이 비명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 대표를 비롯한 서영교·장경태·정청래·고민정 최고위원과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천준호 비서실장 등은 당대표실에 모여 당내 현안을 논의했다.
서 최고위원은 차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내용들에 대해 확실히 대처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공관위원장에게 전달한 명단은 위원장만 가지고 있으며 통보도 위원장이 직접 한다”며 “일부 언론사가 추측성으로 평가 하위 20% 운운하며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은 선거운동 방해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공관위는 이날 오후 4차 공천 심사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위 20% 대상자 통보 등도 맞물려 처음으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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