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사회적 협의체' 얘기하는데…의사들 "1대1 논의하자"

尹, 의료개혁 강조하며 “국회와 긴밀 협력”…야권은 ‘국회 차원 특위’ 제안

의협·의대교수 “국민은 전문가 아니다…의료계·정부, 일대일 대화해야”

환자단체, 국회 중재 촉구하며 “우리 목소리도 들어달라”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촉발한 의료공백이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추진하는 데 이어 야당이 국회 차원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사회적 합의체’ 방식의 의료개혁이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사단체와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일대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어 양측이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

환자단체는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하면서 특위 구성과 운영 등에서 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길어지는 의정갈등에 지쳐가는 환자들

◇ 여야 모두 의료개혁 위한 ‘사회적 합의체’ 방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에 처음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은 멈출 수 없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의 개혁 동력도 힘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의료계 안팎의 관측에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야권에서 제안한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해 사회적인 대타협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이미 제시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야당의 참여 여부’만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아 양측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일 의료개혁특위에 대해 “국민과 의료계, 전문가, 환자, 소비자단체, 정부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체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두 달째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는 의정(醫政) 갈등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동하는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

◇ 의사들 “대통령 시각 그대로”…사회적 협의체 구성에도 ‘반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의사단체들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시각이 바꾸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구조든 카르텔로 보는 시각 불변”이라며 “‘나는 잘해왔고, 여전히 잘하고 있다’는 의식이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론’이라며 “책임 불인정 및 회피, 나 잘남, 마이동풍”이라고 적기도 했다.

여야 모두에서 거론되는 ‘사회적 합의체’에 대해서도 의사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이날 연합뉴스에 “사회적 협의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협의체는 의료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예로 들면서 “시민단체가 들어갔으니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결론을 보면 늘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면 똑같이 정부의 거수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얘기가 나와야 그나마 (대화에)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도 국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계와 관련이 없는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지금 진행하는 걸(의대 증원을) 일단 중단된 상태에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비대위 회의 참석

◇ 환자들, 국회 중재 촉구…특위 구성에는 “우리 목소리 반영돼야”

환자단체들은 의정 갈등에 대한 국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총선 직후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국회의 중재를 촉구한다”면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이제는 의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단계로 각자도생의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료개혁 특위든, 국회 특위든 의료 공백 사태를 신속히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환자들은 의료계 등 전문가뿐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도 정부 특위 등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의) 의료개혁 특위가 전문가 위주로 꾸려질까 우려된다. 그러면 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며 “환자단체가 직접 특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기존과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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