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접수한 K방산의 ‘독거미’…레드백 수주戰의 다섯 장면들

호주를 접수한 k방산의 ‘독거미’…레드백 수주戰의 다섯 장면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차량 ‘레드백’ 장갑차. [매경DB]

K방산 유망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Redback)’ 장갑차가 지난해 7월 호주 대륙에 깃발을 꽃았다.

레드백은 호주군 보병전투차량사업인 ‘Land400’ 3단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K9자주포 △K2전차 △FA-50 경공격기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II’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사업은 호주 육군이 약 24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를 들여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129대를 도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화는 호주 맞춤형 기종인 레드백을 만들어 막강한 경쟁자인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KF-41’ 장갑차를 꺾었다.

한화는 장갑차 이름도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인 레드백으로 지으며 시장 공략에 주력햇다.

14일 정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방위사업청 등 정부 당국은 레드백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힘을 합쳐 중앙·지방 정부와 현지 방산기업, 군 당국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에 매일경제는 이제껏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레드백 수주전의 막전막후 다섯 장면들을 모아봤다.

S#1. “제안해줘서 고맙지만 잘 해보라”

2017년 한화가 호주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사업 도전을 최초 검토할 때만 하더라도 호주 내 K방산의 입지는 미약했다. 과거 무기체계 수출 실적도 없었고, 우선협상 대상 장비로 선정된 K9자주포마저 호주의 사정으로 5년 전 사업이 멈춰섰던 형편이었다.

한화는 애초에 사업 단독 참가가 아니라 해외업체와의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하고자 했다. 당시 한화는 장갑차사업 설명회에 함께 참석한 해외업체인 독일의 라인메탈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라인메탈 측은 “제안해줘서 고맙지만 잘 해보라”며 한화의 제안을 거절했다.

S#2. “이럴 바엔 우리가 직접 만들자”

결국 한화는 장갑차를 자체 생산해 호주 방산시장을 공략하기로 방침을 잡고 집요한 공략에 들어갔다.

2022년 4월 한화 호주 현지공장 착공식에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와 방위사업청의 담당부서도 기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호주 현지공장은 한화가 2021년 수주한 K9자주포는 물론 향후 장갑차사업 수주 시 레드백장갑차가 현지 생산될 교두보였다. 한국으로서는 현지공장 착공식이 모리슨 총리를 직접 만나 양국 간 방산협력 확대 의지를 강하게 어필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출장 출발 당일 ‘모리슨 총리의 일정이 변경돼 행사가 연기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던 방사청장 및 수행단은 비행편 체크인 직전 이 소식을 듣고 공항에서 발걸음을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방사청 담당부서와 주(駐)호주 한국대사관의 끈질긴 노력 끝에 모리슨 총리의 착공식 일정이 다시 잡혔고, 방사청장은 착공식에서 그를 독대할 수 있었다.

호주를 접수한 k방산의 ‘독거미’…레드백 수주戰의 다섯 장면들

지난 2022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빅토리아주 질롱에서 열린 한화장갑차 생산센터(H-ACE) 착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S#3. 정권 교체로 사업규모 1/3로 줄었지만…

이후 장갑차 도입 사업을 둘러싸고 호주 내부에서 팽팽한 이견이 불거지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그해 5월 호주 총선에서 장갑차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던 노동당이 정권을 잡았다. 결국 노동당 정권은 장갑차 사업 도입 규모를 기존 450대에서 약 1/3인 129대로 줄였다.

S#4. 기업과 정부, 끊임없이 門을 두드리다

비록 판이 줄었지만 기업과 정부는 끈질기게 호주를 설득했다. 정부는 호주 측에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국가로서 최적의 방산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방사청장은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호주 총리 뿐 아니라 △국방장관 △방위산업장관 △CASG(획득관리단·호주의 방사청과 유사) 청장 △육군참모총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며 지원사격을 퍼부었다. 호주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레드백이 단순 무기 수출이 아니라 양국 간 호혜적· 장기적 협력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는 매력포인트를 만들어야 했다. 2022년에는 호주의 질롱시와 한국의 창원시가 국제우호도시 협약을 맺기도 했다.

호주를 접수한 k방산의 ‘독거미’…레드백 수주戰의 다섯 장면들

실제 기동을 선보이는 레드백 장갑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5. ‘장갑차를 망가뜨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2019년 9월 한국의 레드백 장갑차와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 KF-41이 최종 경쟁후보로 선정되며 양측 간 치열한 시험평가 경쟁이 펼쳐졌다.

시험평가는 호주에 시제차량 3대를 적기 납품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호주군은 한화가 호주의 철강, 이스라엘의 포탑 등 다양한 국가의 부품들을 공급받아 시제차량을 적시에 납품한 점에 감탄했다.

실제 기동능력 평가는 호주의 모래구덩이 속에서 진행됐다. 평가에 참여했던 한국측 인력들은 ‘호주군이 완전히 차체를 망가뜨리려고 작정했구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화는 시험평가과정에서 호주군이 이런저런 요구를 추가할 때마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윤창문 방사청 국제협력관은 “무기체계 수출은 양국 간 안보,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 협력관은 “방위사업청은 한국의 무기체계와 우리 방산업체가 세계시장에서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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