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천 학살'에 비명 집단행동 나서나

이재명 '공천 학살'에 비명 집단행동 나서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4.02.21.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이 불공정 공천 논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밀실 회의와 비선 개입 의혹,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과 맞물려 노골적인 ‘비명계 공천 학살’ 양상이 짙어지자 비명계도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4·10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호(號)’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22일 민주당 안에서는 공천 파동에 반발해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을 주축으로 친문·비명 인사 10여명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공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집단행동 돌입 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 중이다.

이들 의원은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31명에게 개별 통보하기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공천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날 현재까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탈당한 김영주 의원과 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 등 6명이다. 모두 친문이나 비명계다.

임 위원장은 ‘하위 20%’ 명단 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으나 이들 명단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한 비명계 의원은 “김영주, 박용진 등 하위 통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들은 모두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잘하신 분들”이라며 “비명·친문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공천 내홍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반응이 없는 이 대표를 보니 총선을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총선에서 져도 이재명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다만 이 대표를 향해 2선 후퇴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거듭된 사천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는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은 일단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와 밀실 회의, 비선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 당의 대응을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천을 거의 다 진행한 상황에서 후퇴하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는 의견도 있다”며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퇴진하면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도 있고 아직 안 받은 의원도 있다. 또 통보를 받은 의원 중에서도 당에서 경선을 치르겠다고 하는 의원도 있고 탈당을 저울질하는 의원도 있다”며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비명계의 비판 수위가 거세지자 원내 지도부는 추가 탈당 등을 우려하며 사태 수습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공천 파동에 침묵하며 방관하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사천’ 논란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며 “민주당이 구축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나가 돼도 모자랄 시점에 민주당이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있어 대단히 송구하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 “민주당부터 단결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분열과 갈등으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의 불행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는 “공천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 불참한 이 대표는 이날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지만 정면 돌파하겠다는 기류다.

일단 선대위원장으로 이 대표에 힘을 싣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를 임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초 문재인 정부 출신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날 두 전직 총리가 공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친명과 비명 등 계파 간 불신이 이미 너무 쌓여 통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탈당한 김영주 부의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면 충격이 클 것이다. 당이 또 한 번 술렁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