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비명' 이인영·전해철 살린 이재명, '明文충돌' 숨고르기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과 이인영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과 이인영 의원. 연합뉴스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내홍’ 양상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민주당은 친문(親문재인) 핵심 이인영 의원을 ‘텃밭’에 단수공천하고, 마찬가지로 비명(非이재명)·친문 전해철 의원을 경선에 붙이기로 하는 등 이른바 ‘명문(明文·이재명-문재인)충돌’ 확전 자제에 나섰다.

지도부, 이른바 ‘탕평공천’으로 비명계 반발 달래기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이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운동권’을 대표하는 친문·비명계 4선 이인영 의원을 그의 지역구 ‘텃밭’ 서울 구로갑에 단수 공천했다. 친문계 3선 전해철 의원도 친명(親이재명)계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과의 경선 기회를 얻어 일단 살아남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를 계기로 계파 간 파열음이 임계치를 넘어 ‘줄탈당’ 사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이른바 ‘탕평공천’으로 비명계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이미 탈당을 시사한 상태고,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에 컷오프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윤창원 기자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단결과 통합을 저해하는 계파 공천을 한 적이 없고, 당 통합에 헌신하는 후보를 공천하려 노력했다”며 오히려 “일부 의원들이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자기희생을 하려 하지 않아 혁신 공천에 속도가 붙지 않았고, 통합보다 분열의 조짐이 일어나 부득이 공천 시스템 내에서 혁신공천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일부 비명계의 ‘공천불복’ 논란을 지적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백범 묘역 등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는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검토해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가려내고 있다”며 “충분히 경쟁을 보장하고, 새로운 분들에게 기회도 부여하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등 공관위가 잘 해왔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친명계 순항 계속…’여전사 3인방’ 전략배치도 결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날도 친명계가 주축이 된 당 지도부 인사들은 대거 단수공천을 받으며 강세를 이어갔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4선·동두천·양주·연천갑), 수석사무부총장 김병기(재선·동작갑), 조직사무부총장 김윤덕(재선·전북 전주갑), 전략기획위원장 한병도(재선·전북 익산을) 의원 등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른바 ‘여(女)전사 3인방’에 대한 ‘전략 배치’도 결정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됐고, 이 대표의 권유로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은 경기 용인정에서 3자 국민경선을 치르게 됐다. 앞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임 전 실장이 뛰고 있는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공천장을 받았다.

다만 이들 지역 모두 현재 민주당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곳인 만큼, ‘여전사’라는 타이틀까지 달며 선전했던 3인방의 공천·영입 명분이 다소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이날 하남갑 공천에 대해 “도농복합지역으로, 분구된 미사 지역 말고 기존 지역이라 굉장히 험지”라고 해명했고, 용인정에 대해서는 “기존 우리 당 의원(이탄희)이 그만둔 지역이라 약간의 변화가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도 이른바 ‘올드보이’ 논란을 딛고 살아남았다. 박 전 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현역 윤재갑 의원(초선)과, 정 전 장관은 전북 전주병에서 현역 김성주 의원(재선)과 각각 2인 경선을 치른다.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올드보이 경선 역시 대탕평 차원의 결정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